[무차입 기업 급증] 불황 버틸 무기는 'No 빚' ..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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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확실할 때는 남의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상책이야"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기업들이 속속 '재무리스크' 낮추기에 나섰다.
IMF나 대우사태 등 무분별한 차입경영이 대형사고를 일으킨 것도 무차입 경영에 신경을 쏟게 한 배경이 됐다.
기업들이 성장성만 보고 투자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본업의 경쟁력을 다지는 내실경영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안전주의 경영은 국가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 배경및 실태 =IMF 사태를 거쳐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국내기업이 무차입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지수가 실물경제지표보다 훨씬 악화된 것도 무차입 경영의 주된 배경이다.
사업다각화 등을 통한 성장성 제고보다는 혹한기를 버틸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 최근의 기업 분위기다.
당연히 지원성격의 계열사출자를 비롯해 사업다각화 차원의 타법인 출자에도 몹시 인색하다.
상장법인의 경우 지난해 계열사 등에 대한 출자규모가 3조1천9백억여원대로 전년의 11조4천7백억여원보다 72%가 줄어들었다.
올들어서도 타법인출자를 비롯해 예정된 신규투자조차 미루거나 취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모나 증자를 통해 여유자금을 확보한 코스닥기업도 마찬가지다.
코스닥기업은 지난 4월말까지 타법인 출자나 인수 등에 총 6천7백34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7억원)보다 33%를 줄인 금액이다.
◇ 주요 사례 =한국유리공업 동방아그로 동양고속건설 이룸 우방 우성식품 등은 올들어 금융비용부담률을 0%로 낮추었다.
특히 우방 우성식품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각각 35.7%와 73.7%에 달하던 금융비용부담률을 '제로' 수준으로 낮춰 대표적인 무차입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기업은 무차입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예정된 신규투자를 취소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년째 무차입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신도리코는 사무기기 등 본업 외의 신규투자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 회사 재무담당 노상원 부장은 "지난해 창투사 컨소시엄 구성이나 벤처투자 등 제의가 들어왔으나 재무안정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 향후 전망 =얼었던 경기가 풀리고 미래의 투자사업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에는 무차입 경영 풍토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남양유업 재무담당 유용준 부장은 "경기불황으로 신규투자를 해서 금융비용 이상의 이익을 뽑을 만한 사업 아이템이 거의 없다"며 "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무차입바람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기업들에는 일종의 생존전략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6월말 현재 2백18개 상장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노력을 통해 금융비용부담률을 5% 이하로 낮추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영업활동과 관련된 상거래채무를 제외하면 금융권부채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또 상당수가 연내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인다는 계획이어서 무차입기업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6월말 현재 금융비용부담률이 1%인 기업이 1백74개사에 달하고 있다.
또 영업활동보다는 주로 주식공모 등에 힘입었지만 대부분 금융비용부담률이 5% 이하에 머물러 있어 향후 신규투자 위축에 따른 무차입기업수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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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말 현재
[ 완전 무차입 상장기업 (금융부채 부담률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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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차입이 가능한 주요 상장기업 (금융부채 부담률 1% 이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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