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가전업계에 불어닥친 `현지화'열풍으로 일부 제품의 경우 해외 생산능력이 국내 생산능력의 3배를 넘어선 것으로나타났다. 특히 최근들어 단순가공.조립 형태의 저가품 생산기지 이전단계에서 첨단제품의 R&D(연구.개발)-생산-판매에 이르는 현지 완결형으로 변모하면서 가전산업 전체의 밑그림이 급속히 뒤바뀌고 있다. 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재 LG전자[02610]의 컬러TV 해외생산능력은 600만대(연간)로 국내 생산능력(200만대)의 3배에 달해, 해외생산비중이 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첨단 PDP TV 생산라인을 중국 선양법인에 설치, 연산 3만대를 목표로 양산에 착수했다. 또 모니터 해외생산능력은 600만대로 국내생산능력(388만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전자레인지도 국내가 350만대 규모인데 비해 해외 생산능력은 570만대에 달하며 특히 현재 400만대의 전자레인지 생산능력을 갖춘 중국 텐진공장은 2005년까지 800만대로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에이컨은 국내가 350만대로 해외(160만대)보다 많지만 텐진공장 에어컨 라인의 생산능력을 현 100만대에서 2005년까지 350만대로 증설한다는 계획이어서 머지않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VTR는 국내 450만대 해외 300만대, 청소기는 국내 200만대 해외 125만대, 냉장고는 국내 300만대 해외 120만대, 세탁기 국내 200만대 해외 150만대로 국내 생산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해외생산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컬러TV의 해외생산능력이 980만대, 국내 생산능력이 420만대로 해외생산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중국 텐진공장을 비롯해 멕시코, 헝가리, 스페인, 중국, 인도,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디지털 TV를 생산, 현지 판매할 계획이어서 해외생산비중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VCR의 경우 1천만대 전량이 인도네시아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컬러모니터의 경우 구체적인 생산대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브라질, 영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 해외에서의 생산비중이 80%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연산 150만대 규모로 모니터 생산에 들어갔으며 중국 현지생산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산업자원부와 전자산업진흥회가 공식집계한 주요 가전제품의 해외생산비중에 따르면 컬러TV는 96년 33.9%에서 작년 67%, VCR는 40%에서 59%, 세탁기는 12.4%에서 40.0%, 냉장고는 18.4%에서 37%, 전자레인지는 33.2%에서 53.0%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전업체들이 생산거점을 해외로 속속 이전하는 등 해외 현지생산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는 반면 해외 가전기업들의 국내 진출은 상대적으로 저조해 국내 가전산업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국내 제조여건으로 볼 때 원가절감이 용이한 해외 현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판단일 것"이라며 "문제는 국내 생산공장이 해외로 나가는 만큼 해외기업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