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반도체 대기업들은 물론 대기업에 제조장비를 공급하는 벤처 및 중소기업들도 불황의 늪에 빠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반도체장비 회사들은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해 놓은 덕분으로 불황 속에서도 선방해 주목을 끌고 있다. 테스텍(대표 정영재)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 실리콘테크(대표 우상엽) 등이 불황을 극복하고 비교적 양호한 영업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우량' 반도체 장비업체다. 이들 세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 매출 호조와 비례해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테스텍은 올 상반기 1백7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액이 1백85%나 증가했다. 순이익도 17억9천만원으로 96% 늘어났다. 테스텍의 정영재 대표는 "반도체 소자가 고열과 저주파수에 잘 견디는지를 검사하는 장비인 번인시스템과 웨이퍼 검사장비인 웨이퍼 번인시스템 판매가 호조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두 제품 모두 테스텍이 자체 기술로 국산화한 검사장비다. 이전엔 일본의 JEC와 어드밴테스트 등 극히 일부 업체만이 생산해 왔던 첨단 장비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검사장비를 대만에 수출하기 위한 협의를 대만 업체와 진행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R&D(연구개발) 투자가 올 상반기에 성과를 내 매출액이 78% 증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매출액의 30%가 넘는 2백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대표는 "칩 메이커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칩 메이커의 니즈를 파악한 것이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됐다"고 설명했다. R&D가 배경이라면 생산품을 다각화하고 수출을 늘린 것은 실적 호전의 직접적 요인이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주력인 CVD(반도체 웨이퍼 박막증착) 공정 장비의 품목을 다양화했다. 또 에이티엘을 인수해 반도체 회로각인 장비시장에도 신규 진출하고 새로 시판된 제품을 중심으로 대만에 90억원,미국에 4백만달러,일본에 30억원 어치의 장비를 수출했다. 실리콘테크도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74% 늘어났다. 이 회사의 우상엽 대표는 "수율 향상과 동시에 원가 절감을 가능케 하는 장비를 생산해 냄으로써 불경기 때 오히려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메모리 장비와 함께 비메모리 장비 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트랙 시스템(Track System)과 메모리 테스터.트랙 시스템이란 웨이퍼에 감광막을 입히는 장비로 메모리 반도체 및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모두 사용된다. 메모리 테스터는 본격적인 칩 생산에 앞서 IC(집적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장비로 검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춰주는 장비다. 우 대표는 "올 하반기까지 생산을 요청받은 장비의 규모만도 2백80억원 정도로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화증권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인 유승진씨는 "테스텍 주성엔지니어링 실리콘테크 등이 불황에도 끄떡없는 것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경기가 돌아서면 세 회사의 실적개선 속도는 다른 업체를 압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