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31일 "현행 30대 기업집단제도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최근의 기업환경 변화와 맞지 않는 점이 많아 수정해야 한다는 게 재경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 산업자원부 등과 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그동안 30대 그룹 지정제도의 개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공정위 등의 반발을 의식, '중장기 검토 과제'로 분류하는 등 공론화를 피해 왔다. 따라서 이날 나온 '부처간 협의 착수' 방침은 재경부의 상황 인식이 그만큼 절박해졌음을 엿보게 한다. 이 관계자는 "현행 제도는 자산총액 순위를 지정 기준으로 삼고 있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5대그룹과 나머지 그룹의 규모가 크게 차이나는 상황에서 굳이 30대까지 지정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 검토 방안 =30대 기업집단지정제도를 아예 폐지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 부처 내의 일치된 의견이다. 그러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재벌적 경영행태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폐지해야 하지만 공정위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강한 만큼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속내를 가진 부처도 있다. 현재 검토 가능한 방안은 크게 두가지. 우선 30대 기업집단제도를 4∼5대 또는 10대로 축소하는 것이다. 같은 30대 기업집단이라도 5위 또는 10위까지의 그룹과 그 이하 그룹은 규모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월1일 현재 자산총액 1위는 삼성으로 69조8천7백30억원이었고 2위는 현대(52조6천3백20억원), 3위는 LG(51조9천6백50억원), 4위는 SK(47조3천7백90억원), 5위는 현대자동차(36조1천3백60억원)였다. 6위는 한진으로 21조3천70억원이었고 10위는 두산으로 11조1천9백20억원이었다. 다른 검토방안은 30대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등위' 대신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처럼 수치기준으로 바꾸는 것.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기준금액을 정하기가 모호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 기준금액을 계속해서 올려야 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 향후 전망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와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만만찮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전횡적 지배가 계속되고 있고 사외이사제 등 새로 도입한 지배구조 개선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시류에 따라 흔들려선 안된다"고 밝혔다. 김병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와 관련한 어떤 논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선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를 늘리기로 한 지난 상반기 정.재계 합의사항에 대해서만 법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수언.김인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