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눈치보기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31일 증시는 기업실적 발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경기 침체 우려가 이미 반영됐다는 인식에 추가로 하락시 연기금이 받쳐 줄 것이라는 하방경직성에 대한 기대감 등이 더해지면서 뉴욕증시와 다른 방향을 걷고 있다. 투자심리도 전업종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상승 종목수가 550개에 달하는 등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 지속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매매 가담은 주저하고 있어 상승세가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반발매수세를 받아 반등에 성공하긴 했으나 새로운 호재도 악재도 찾기 힘든 가운데 악재가 없는 것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재료공백' 상태에서 뉴욕증시마저 방향 제시를 뒤로 미뤄 섣불리 매수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각각 1억2,214만주와 5,398억원으로 전날 수준을 하회하면서 이같은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수에 의해 오름세가 지탱되고 정도다. 외국인은 전날 대거 순매도했던 포지션을 정리하며 프로그램 매수를 불렀다. 월요일 뉴욕증시는 지난 금요일 발표된 낮은 경제성장률의 여진이 이어지고 주요 투자전략가들이 수익전망과 연말 지수 전망치를 낮추면서 소폭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그러나 AMD강세에 힘입어 나흘 연속 오르며 0.65% 상승했다. 금융주간지 배런스는 이날 인텔의 경쟁업체인 AMD의 현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분석하면서 반도체 관련주를 올렸다. 이같은 분위기는 아시아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전날 16년중 최저치를 경신했던 악몽을 잊었고 대만 가권지수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17거래일만에 19만원대에 올라선 것을 비롯, 하이닉스, 아큐텍반도체, 케이씨텍, 삼테크 등 반도체 관련주가 단기 주도주 부각을 시도하며 반등을 주도했다. 매매주체별로는 매수추제로 돌아온 외국인이 닷새 내래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뉴욕증시 하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듯 규모를 급격히 축소했다. 눈치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수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 발표된 미국 2분기 GDP성장률이 기대보다 다소 낮은 0.7%로 나오면서 시장관심이 이번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5일 이동평균선을 상회하고 있으나 20일이동평균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하며 하락하고 있어 위아래로 막힌 박스권 등락이 점쳐진다. 화요일 뉴욕에서는 6월 개인소득 및 지출과 7월 소비자신뢰지수, 시카고 구매자관리지수 등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7월 수출입동향과 물가 등이 발표돼 경기문제가 전면에 설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하락추세가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뉴욕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반등한 것은 하방경직성 강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증권 권혁준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수선물을 대량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으나 투자자도 개별주식도 자신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움직임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경제지표가 쉽게 돌려지는 것이 아니므로 현금비중을 확대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치중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투자전략팀 조덕현 차장은 "하루만에 반등함으로써 아래로 빠질 폭이 크지 않음을 입증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지수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탄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기술적 반등인 만큼 박스권을 이용한 단기 매매로 기술적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시장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기술주 매수는 아직 부담스러운 만큼 매매범위는 내수관련주 등에 국한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46분 현재 539.56으로 전날보다 6.03포인트, 1.13%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0.70포인트, 1.05% 높은 67.68을 가리켰다. 주가지수선물 9월물은 1.00포인트, 1.52% 높은 66.75에 거래됐고 코스닥선물 9월물은 82.40으로 1.50포인트, 1.85% 상승했다. 프로그램 매수가 398억원 유입되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차익이 231억원, 비차익이 166억원 나왔다. 프로그램 매도는 차익 50억원, 비차익 180억원 등 모두 230억원이 출회됐다. 거래소 전기가스업종이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을 뿐 전업종이 고른 상승폭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삼성전자가 2% 이상 상승하며 지수에 버팀목을 댔고 하이닉스, 엠케이전자, 서두인칩, 주성엔지니어링 등 반도체 관련주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오름폭은 크지 않다. 실적을 발표한 LG텔레콤을 비롯 KTF, SK텔레콤, 한국통신공사, 하나로통신 등 대형통신주가 대부분 오르며 상승을 뒷받침했다. 대부분 지수관련주가 오름세를 가리키고 있으나 현대차, 한국전력, 국민은행, 엔씨소프트, 국민카드 등은 약세다. 거래소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선 반면 코스닥은 개인이 지키고 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2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닥에서는 1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45억원 순매수, 35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개인은 거래소에서 93억원을 순매도해 코스닥에서 62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