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철 < 일본유통과학대학 상학부 교수 > 지난 1월30일 일본의 매스컴은 일본 최대의 유통그룹 다이에의 총수 나카우치 이사오씨의 퇴진 뉴스를 일제히 보도했다. 나카우치씨의 고향으로 다이에그룹의 발상지인 고베시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1957년 창업후 일본의 유통혁명을 선도해 온 나카우치씨는 쓸쓸히 퇴장했다. 일본 유통시장에서 한 시대의 페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나카우치씨가 주도해온 유통 혁명의 성공과 좌절은 일본 유통의 역사 그 자체다. 그는 과점 제조기업이 지배해온 생산 및 판매 시스템을 소비자 중심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종합 양판점인 다이에를 선보였다. 다이에는 근대 일본 유통산업의 시작으로 소비시장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그러던 다이에마저 시장의 변화에 적응을 못해 추락하고 말았다. 종합 양판점 체인은 더 이상 유통산업의 주역이 아니다. 반면 30평 남짓한 점포에서 하루에 1천여명의 고객을 맞고 매출액이 70만엔을 넘는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체인이 각광받고 있다. 2000회계연도(2001년 2월 결산)에 2조엔의 매출을 올린 다이에는 세븐일레븐(2조5백억엔)에 소매시장의 정상 자리를 넘겨 주었다. 지난 72년 다이에가 미츠코시백화점을 제친 후 74년 도쿄 외곽에 1호점을 낸 세븐일레븐에게 28년만에 선두를 넘긴 것은 소비자의 변화와 함께 프랜차이즈 체인이 경쟁 우위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종합 양판점 체제는 확대 지상주의의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본부와 가맹점이 법적 계약에 의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프랜차이즈체인은 가맹점주가 개별 상인으로서 경영 책임을 지기 때문에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대량으로 생산 판매되고 소비되던 시대에는 양판점 체제가 효력을 발휘했으나 거품 경제 붕괴후 저성장기에서는 가격 품질 생활제안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프랜차이즈 체인이 훨씬 적합하다는 것을 일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소매시장의 위축속에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요식업 서비스업 등에서도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99년도 프랜차이즈체인의 매출액은 17조2백억원으로 버블붕괴 직전인 90년의 12조3천억엔 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도 취약점은 있다. 체인 시스템의 비인간화와 지나친 매뉴얼 의존은 약점이 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선두주자인 편의점 업계에서 비현실적 계약을 이유로 본부를 고발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본부가 다른 편의점 본부와 무리하게 가맹점 유치 경쟁을 벌여 상권 충돌로 매출이 떨어지고 본부의 감독이 엄해지는 경우가 많다. 본부가 양적 확대 경쟁을 벌이고 가맹점을 복잡한 계약으로 얽어매면 프랜차이즈 산업의 장점은 사라진다. 일본에는 상관습의 하나로 노렌(점포의 상호를 의미)을 나누는 제도가 있다. 상당기간 성실히 근무한 종업원을 독립시켜 상호를 사용토록 하는 것이다. 일본 상도(商道)의 특징으로 거론되는 노렌 분할제도를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 도입하여 성공하는 예가 많다. 앞으로 프랜차이즈체인 경영에서는 미국식 맥도날드형과 일본식 노렌형의 장점을 취합하는 통합형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부의 적절한 지도와 가맹점의 상인적 재량을 살린 우량편의점을 개설해야 한다. 일본처럼 영세한 소매 상인이 많이 존재하고 이들의 조직화가 현안이 되는 한국의 경우에서는 프랜차이즈 본부는 존재하지만 통치하지 않는다는 식의 동양적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 맥도날드형과 노렌형을 전향적으로 통합시키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는 최근 유망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로 편의점 생활잡화 리사이클 중고자동차판매 자동차수리 교육비즈니스 건축재건 보육사업 IT서비스 도시락 햄버거 생선초밥 및 피자배달업 커피 라면 등을 추천했음을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