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는 증시의 바로미터" 최근들어 루머가 다시 부쩍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하이닉스 해외 DR(주식예탁증서)를 인수키로 이면계약을 맺었다거나 정부가 증시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등의 다양한 루머가 떠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진위여부를 떠나 루머가 늘어났다는 것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루머가 늘어난다는 것은 주가가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최근의 증시 분위기는 이런 관점에서 변화의 조짐이 싹트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루머가 난무할수록 바닥이 가깝다 =루머는 증시가 바닥권에서 상승을 모색할 때 가장 많다. 증시의 국면 변화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루머를 만들어낸다. 또 이때 나오는 루머는 대체로 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형들이 주류를 이룬다. 과거 경험으로 비춰볼 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증시 부양루머.외환위기 이전 관치금융 분위기에서는 정부가 증시의 수급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대형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루머가 약세장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특히 증시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했던 노태우 정권시절에는 '1차 부양책에서는 팔고 3차가 나오면 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퍼졌다. 최근 루머와 증시 국면의 상관관계를 나타내 주는 모델케이스는 지난 2월초 코스닥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코스닥 지수가 77.80포인트로 단기 바닥을 찍었던 상황에서 '홍콩 물고기가 다시 나섰다더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곧 사임한다더라' 등의 루머가 판치면서 지수는 불과 일주일새 12% 이상 뛰었다. 반면 대세 상승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는 장 전체보다는 개별 종목에 대한 루머가 많이 떠돈다. '신약 개발설', '기술 개발설', '작전세력 개입설' 등 관련종목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루머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하면 루머는 크게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는 증시가 개별 재료보다는 수급요인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외환위기를 계기로 루머패턴도 달라져 =외환위기는 증시 루머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해외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인터넷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루머의 양과 질, 유통 패턴 등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우선 루머의 양이 줄어들었다. 나스닥 지수의 등락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상황에서 국내적인 요인으로 아무리 발버둥쳐 봤자 별 '약발'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루머의 질적인 변화도 두드러진다. 특히 종목성 루머에서 기술, 신상품 등의 '개발설'이 크게 줄어든 대신 기업내용과 관련된 '실적설'이 많이 늘었다. 또 인터넷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큰손' 아닌 '개미군단'들이 루머를 허위로 만들어 인터넷 증권 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최근의 루머는 질적인 측면에서 점잖아진 경향이 뚜렷하다"며 "감독당국의 감시 강화로 루머 생산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 루머 대처요령 =증시 전문가들은 루머를 맹신해서도 안되지만 또 루머라고 해서 무조건 멀리할 필요도 없다고 권고한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상무는 "루머를 잘 이용하면 짭짤한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다"며 "대신 해당 회사 주식담당자나 증권사의 업종 애널리스트에게 문의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확인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처럼 루머가 현실화됐을 때는 도리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