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영자들 곁에 셰익스피어 같은 컨설턴트가 있다면... "주식회사 햄릿"(롤프 브라이텐슈타인 지음,박의춘 옮김,좋은책만들기,9천원)은 시공을 초월한 글로벌 경영지침서라 할 수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슈미트 전 독일총리의 연설문 작성자로 이름을 날렸던 저자는 4백년 전에 뛰어난 CEO의 전형을 보여준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21세기 신경영의 주인공으로 되살려냈다. 셰익스피어는 가장 위대한 시인이며 극작가였고 전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경영자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으로 수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극장운영과 부동산 투자로 성공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정치.경제.문화를 아우르는 최고의 경영자였다. 이 모든 것은 30세 이후 20년만에 이뤄졌다. 스피드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온몸으로 압축해 보여줬던 것이다. 무명의 장갑제조공 아들로 태어나 글로벌 CEO로 세계를 주름잡은 셰익스피어. 지금도 그의 작품속에는 오늘날의 수많은 인간군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햄릿은 자신의 힘에 부치는 업무를 위임받아 놓고 경영에 끼여드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탁월한 여성 경영자 포샤는 남성들이 두 손들어 버린 일에 뛰어들어 빛나는 성공을 거둔다. 직원 이아고는 승진에서 소외되자 사장에게 복수의 칼을 간다. 야심 많은 맥베스 부인은 남편이 목숨 걸고 경력을 쌓아나가도록 부추긴다. 저자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적대적인 두 집안의 경쟁을 배경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뽑아낸다. 누구도 파트너십을 이룩할 수 없는 상황. 매니저격인 로렌스 신부가 보낸 전령은 제대로 편지를 전하지 못했고 불행한 두 연인은 끝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말았다. 요즘은 어던가. 많은 경영자들과 연인들은 첨단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갖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결속은 느슨해졌다. "리어왕"은 직언하는 충신을 파문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빈번하다. 어떤 식으로든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해외로 보내거나 해고해버리는 경영자가 많다. 그러면 주위에는 아첨꾼만 들끓게 마련이다. 더욱이 그는 어리석은 후계작업으로 황야를 헤매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저자는 "햄릿"에서 망설이기만 하면 빼앗긴다는 교훈을 전하고 "한여름밤의 꿈"에서는 멍청한 파트너,"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여성 경영자의 지혜,"헨리 5세"에서는 성공의 조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패한 경영자의 유형도 눈길을 끈다. 믿어야 할 사람을 믿지 못해 불행을 자초한 오셀로,위기상황에서 불필요한 권력 다툼을 벌이는 나폴리 왕과 밀라노 공작,동료나 부하직원을 제쳐놓고 모든 일을 떠맡아 쩔쩔매는 보텀 등이 대표적인 인물. 책 뒤에는 CEO가 알아야 할 셰익스피어 작품 요약,인용 구절 1백가지,관련 명소,자료 목록,국제기구까지 정리돼 있다. 훌륭한 경영자가 되고 싶거나 후회없는 인생을 누리고 싶은 사람은 꼭 "주식회사 햄릿"의 책갈피에서 들리는 영혼의 울림에 귀를 기울여보라.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