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석달만에 530선을 깨며 520대로 주저 앉았다. 아니 지난 4월 중순 이래 상승을 보였던 올해 두 번째 주가사이클이 종료되면서 상승 돌파갭이 메워졌다. 올들어 1월과 4월을 기점으로 두번에 걸친 순환상승이 모두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악화로 상승모멘텀을 찾지 못한 데 연유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에 자극받고 경기회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경기회복 사인이 보이지 않음에 따라 기업실적 시즌을 맞으며 매수를 거뒀다. 미국에서 일곱차례 금리인하가 예견되는 상황을 맞고 있지만 금리인하 효과가 경기회복 사인으로 나타나지 않는 데 따른 '시차의 공허감'은 실망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를 왜 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나온다. 신(新)이든 새롭다의 새를 붙인 경제이론이 제기하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팬 의장의 '잘 모르겠다'는 레토릭 차원을 넘는 수준으로 비춰진다. 최근에는 미국의 금리인하는 경기회복이 목적이 아니라 지난 20세기말 신경제가 이끌어온 IT부분이 침체국면에 돌입하자 구경제권으로 파급되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부문적 해석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튼 지난주 미국을 비롯한 선진 8개국 정상들이 모여 세계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현실이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국제화와 통합화되고 있는 주식시장을 비롯해 국제금융의 국가적 관문인 외환시장을 포함한 금융 전반의 흐름이며 리스크 관리가 주요 과제로 대두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올들어 두차례의 걸친 주가랠리 사이클의 종결시점에서 새로운 상승사이클로 '건너뛰기' 또는 도약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내와 내실있는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시장 역시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 이후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번주 2,000여개 기업의 실적 발표와 2/4분기 GDP 예정치 발표는 일단 '하향성'에 노출된 만큼 일단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PC수요 부진 등 컴퓨터 관련 산업의 악화 전망은 국내 산업의 위축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섣부리 '이만큼이면 되겠지'하는 주관적 반등론은 경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미국 그린스팬 의장이 지난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한 발언을 이번주 다시 상원에서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인하 예상시점은 8월 하순께여서 '회피전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침체 하에서 전형적인 여름 약세장이 진행되고 급락보다는 흘러내리는 모습이어서 시장모멘텀을 기대하기 곤란하다"며 "이번주는 520선에서 540선대의 약세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경기회복사인이 없고 대량 실적발표가 나빠지는 쪽으로 잡혀있다"며 "일본의 주가도 16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매수보다는 투자심리 안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이 종목교체 차원에서 통신주를 매수할 뿐 순매도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등 해외불안이 다소 잠복되고 있으나 미국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어 다음주나 돼야 안정성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 투자정보팀의 김종국 차장은 "삼성전자 실적 악화 전망에 따라 낙폭이 과대했고 그나마 실적이 뒷받침되는 통신주에서 활로를 기대했으나 하락장에서 주도주 부상이 어렵다"며 "시장의 바닥확인이나 투자심리 안정이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수타이밍은 유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악화와 삼성전자 하락 등으로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의 주식자금 투입도 지연되는 것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르헨티나의 경제불안이 수그러들고 지난주 미국 뮤추얼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됐다"며 "국고채 하락이나 이격도 확대를 감안해 투매에 가담하기보다는 우량주에 대한 저점 매수 시기를 탐색하는 관망자세가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