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콧수염에 중절모를 쓴 채 지팡이를 들고 뒤뚱거리며 걸었던 찰리 채플린(1899~1977)은 20세기 명희극배우로만 일반인들에게 각인돼있다. 그러나 채플린은 배우로 출세하기 전 첼로와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다. 그는 '라임라이트' 등 자신의 영화속 배경음악을 상당수 작곡했다. 첼로음악 작곡가로서 채플린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음반 2종이 나왔다. 굿 인터내셔널이 독일의 '자로(JARO)'레이블을 라이선스로 낸 '오 댓 첼로'와 '토머스 베크만-찰리 채플린'이 그 것. 지난 85년과 87년 녹음된 이 음반에는 24곡의 소품들이 수록돼 있다. '라임라이트' '치안경찰' '만돌린 세레나데' '커피와 케이크' 등 영화삽입곡들과 '무의미한 욕조' '나폴리의 3월' 등 순수 첼로곡들이다. 채플린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는 반대로 이들 곡엔 비감과 애수가 담겨 있다. 첼로 연주는 독일의 토머스 베크만,피아노 반주는 가요코 마츠시타(오 댓 첼로)와 요하네스 체르노타(토머스 베크만-찰리 채플린)가 각각 맡았다. 채플린은 현역시절 왼손으로 첼로를 연주했으며 그의 실력은 '상대적으로 훌륭하다'(첼리스트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는 평가를 받았다. (02)921-8781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