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는 20일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전격적인 신임 경찰청장 임명에 반발, 21일 탄핵을 결정하기 위한 특별총회를 소집키로 결의했다. MPR은 이날 오후 국회의 사전 승인없이 하에루딘 이스마일 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긴급 회의를 소집해 와히드 탄핵을 포함한 향후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총회를 21일 오전 10시에 개최키로 했다. MPR은 특별총회에서 회의 진행 방식을 결정하는데 이어 정파별 의견을 청취한 뒤 오는 23일 와히드 대통령을 소환, 해명 청취를 거쳐 탄핵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음 달 1일 개최키로 한 특별총회를 서둘러 앞당긴 것은 와히드 대통령이 자파인사로 경찰 수뇌부를 교체한 뒤 경찰 병력을 대거 동원, 특별총회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은 이날 경찰청장 취임 소식을 접하고 와히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의 사전 승인 없이 경찰청장을 임명하는 것은 명백한 MPR 법령 위반인 만큼 원천 무효라며 강력 항의했다. 앞서 와히드 대통령은 탄중의장에게 서신을 보내 이스마일 차장의 국회 임명 동의안을 가결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나 국회가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휴회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은 "나는 경찰청장 임명 직전에 취임식 초청장을 받았다. 대통령이 법률을 위반한 만큼 우리는 특별총회를 소집할 충분한 이유를 갖게 됐다"며 특별총회 조기 개최 의지를 천명했다. 메가와티 부통령도 이날 예정된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자신이 이끄는 최대 정당 민주투쟁당(PDIP) 간부회의를 긴급 소집해 특별총회 기간 정당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궁에서 최근 해임 명령을 거부한 채 집단 항명을 주도하다가 직무정지 명령을 받은 수로조 비만토로 경찰청장 후임에 이스마일 차장을 임명했다. 그는 취임식 종료 후 기자들에게 "경찰은 더 이상 군의 예하 기관이 아니다. 그러므로 신임 청장은 전임자로부터 지휘봉을 인수받지 않고도 전국 경찰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만토로 청장은 최근 와히드 대통령으로부터 해임 명령을 받은데 반발, 경찰과군인 8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통령궁 앞에서 무력시위를 주도한데 이어 이스마일 차장에게 지휘봉 인계를 거부했다. 경찰청장 취임식에는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을 비롯해 통합 군사령관,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불참했다. 한편 경찰은 21일 특별총회에서 와히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될 경우 등에 대비해 이날 오후 4시 15분을 기해 수도 자카르타 전역에 1급 비상령을 발령, 24시간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와히드는 20일 정적들의 탄핵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당초 이날짜로 발동키로 했던 비상사태 선포를 철회, 정치권과 대립정국 해소를 위한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다렸다가 무산될 경우 이달 31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 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