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관련기업인 A사는 최근 주가가 40% 이상 단기 급락했다. 적자 상태에서 자금난설(說)에 휘말린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회사측의 줄기찬 부인에도 불구,주가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생존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유동성이 최우선의 투자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 안전성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특히 IT(정보기술)경기는 전세계적으로 동반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자금이 넉넉지 않은 중소IT기업의 경우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안전성에 주안점을 둔 투자전략이 유효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확대되는 투자 리스크=19일 정보통신 장비업체인 B사는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며 오후들어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앞서 안정된 주가흐름을 보였던 '굴뚝주' K사는 자회사 부도로 20억원 가까운 특별손실이 발생,주가가 최근 1주일 사이에 20% 이상 내렸다. 또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C사는 제품 공급업체가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소식에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H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IT시장이 1년 이상 침체국면에서 허우적거리면서 현금보유량이 적고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천종목 재점검 나선 증권사=K증권사는 거래소 종목인 K사를 추천했다가 최근 자금난설이 공공연하게 나돌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낭패를 당했다. 코스닥 종목 S사를 추천했던 D증권은 추천했던 날부터 연속 하한가를 맞아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 추려내기에 나서고 있다. 사전에 추천 종목에서 배제해 투자 손실과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한 것이다. S증권의 한 관계자는 "적자를 내면서 유동성 위기설이 나도는 기업들의 리스트를 내부용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최우선 투자잣대=SK증권의 강현철 애널리스트는 "경기회복의 징후가 당분간 보이지 않을 경우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기별로 적자가 이어지는 기업 △자회사 등에 대여금이나 지급보증이 많은 기업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 등에 대해서는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의 류용석 애널리스트는 "실적부진이 예상되는 메이저급 IT기업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형 IT기업들이 하반기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금보유를 늘리거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