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값싼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전력회사들의 경쟁이 올 여름을 한층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가 전력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전력이 사실상 독점해온 발전사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한지 1백일이 지나면서 발전시장에서도 시장경쟁의 논리가 점차 정착되고 있는 것. 지난 4월2일 한전에서 분할된 한국수력원자력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들은 보다 값싸고 질좋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경쟁에서 뒤처지면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위기감 속에 적극적인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 발전회사들의 달라진 모습 =각 발전회사는 저마다 경영개선위원회 등을 구성해 경영혁신 과제를 뽑고 이를 실천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또 직원들에게 경쟁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중이다. 과거엔 거대 공기업(한전)이라는 튼튼한 울타리에 안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발전 자회사의 직원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우선 내부평가제를 도입,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우대받는 분위기가 정착돼 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등이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중이다. 한국동서발전처럼 예산 및 발전설비 정비의 실명제를 도입, 담당 직원의 책임의식을 높인 회사도 있다. 전력생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효율 및 부조리를 제거하는 일은 모든 발전 자회사에 부여된 당면 현안이 됐다. 수력원자력발전은 '전력 1㎾h당 1원 절감' 운동을 펼치고 있고, 남동발전은 계약담당 직원과 물품을 공급하는 입찰 참여업체 사이에 반드시 '청렴계약'을 맺도록 했다. 발전 비용의 60%를 차지하는 연료비 절감노력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외주로 해결했던 발전시설 경정비 업무를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사례가 늘었고 입찰을 통해 외주업체 용역비용을 낮춰가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중인 발전소의 공사기간을 단축시키고 발전소 가동능력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 김영준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은 "발전 자회사들이 건설중인 발전소를 조기 완공, 가동하는 바람에 한동안 제기됐던 올 여름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이 해소될 정도"라고 말했다. ◇ 평가와 풀어야 할 숙제 =발전회사 분할 1백일이 지나면서 전기요금 급등, 전력수급 불안 등의 우려는 일단 수면아래로 잠복한 상태다. 현재로선 발전회사 분할 때문에 전기값이 오를만한 요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전기 가격을 보면 올 4월 ㎾h당 평균 47.31원, 5월 47.87원으로 한전이 발전을 독점한 지난해 평균 48.51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력시장 입찰에 참가한 발전 설비의 약 77%만 실제 발전에 들어갈 정도로 전력수급도 매우 안정된 상태다. 발전소 건설이 조기에 마무리되고 기존 발전시설의 운용효율이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발전능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전회사 분할 1백일에 대해 전체 평가를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발전 자회사들의 경영혁신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꼭 집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발전부문 경쟁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송전.배전.전력판매 부문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전경쟁을 통해 전력 생산가격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송.배전과 판매가 독점인 현 체제로는 소비자가 직접적인 이익을 보도록 하는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높여 소비자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수요 부문인 배전 및 판매 부문에도 경쟁체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6개 발전회사가 모두 한전 자회사로 구성된 제한적인 발전 경쟁체제를 탈피하기 위해선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발전회사의 민영화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