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두달여간의 박스권 범위를 벗어 1,310원 위로 튀어올랐다. 공급 물량에 대한 부담이 있었음에도 시장 주변 여건은 환율 상승쪽에 기울어 있었다. 시장참가자들은 17일 제헌절 휴장을 앞두고 포지션 부담을 가지지 않기 위해 거래에 활발히 나서지 않았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3.20원 오른 1,311.20원에 마감했다. 지난 4월 30일 1,319.7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 환율은 이날 대부분 거래를 1,311원선에서 체결하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휴일을 앞둔 시장분위기를 반영하면서 수급공방은 치열했다. 개장초부터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시장 흐름을 반영, 1,310원 이상에서 출발한 환율은 신흥시장 통화 불안감, 수출부진 및 무역수지 악화, 125엔을 축으로 움직인 달러/엔 등으로 오름세를 줄곧 유지했다. 시장참가자들도 1,310원이 지지되자 대부분 달러매수초과(롱) 상태에 머물면서 상승쪽에 무게를 둔 거래를 펼쳤다. 시장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고 시장 심리도 매수쪽이 편하다는 입장임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및 고점 경신도 가능해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박스권 상단이 뚫려 1,310원이상에서는 사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했다"며 "엔화의 경우 상관관계가 많이 희박해진 반면 동남아 통화 등에 방향성을 새로 주어져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생여건이 안 좋고 공급물량이 있지만 수출이 좋지 않으면 공급이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18일에는 1,305∼1,310원에서 지지선으로 형성되는 가운데 고점찾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LG산전의 환매도가 2억달러 이상 나오는 등 물량 공급이 수요에 비해 많았으나 시장 주변 여건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시각은 다소 지켜보자는 견해가 많아 모레는 엔 향방에 의해 좌우될 여지가 많다"며 "엔을 제외한다면 거래범위는 1,310∼1,313원"으로 예상했다. ◆ 사자(롱)플레이 우선 = 지난주 중반부터 본격화된 환율 상승세는 여세를 이었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흥시장 전반에 깔린 불안감은 국제금융시장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으며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 펀더멘탈의 변화가 없는 시점에서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누그러들고 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무역수지도 12억7,1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올들어 매달 같은 기간중 1월에 이어 적자폭이 가장 컸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5% 준 44억1,500만 달러, 수입은 19.5% 감소한 56억8,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이 크게 줄고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어 달러공급 요인이 힘을 잃고 있는 것도 이날 환율 상승을 유지한 요인중의 하나. 달러/엔 환율은 125엔 상승시도를 꾸준히 이었으나 안착이 쉽지 않은 상황. 달러/엔은 지난주 말 뉴욕장에서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키로 해 경기회복이 불투명하다는 비관론이 커지며 124.94엔에 마감한 바 있다. 이날 도쿄장에서도 BOJ가 이달 경제월보에서 일본경기의 조정 국면이 점차 가속화되는 추세라고 발표, 오름세를 유지하며 한때 125엔대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대체로 124.80∼125엔 사이에서 거래됐다. 17일 예정된 BOJ 하야미총재의 프레스 컨퍼런스를 앞두고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며 125엔을 돌파해 안착하면 125.50엔까지 추가상승이 가능하다고 예상되고 있다. 업체는 1,310원 이상 수준에서 거래되자 네고물량을 내놓기도 했으나 최근 환율 상승세가 두드러진데다 내놓을 물량이 많지 않아 관망세가 짙었다.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 정유사는 1,310원 초반에서 사들여 환율 하락을 막았다. 역외세력도 크지는 않지만 매수쪽에 무게를 뒀다. 이밖에 이날 LG산전이 CSFB사가 설립한 투자회사인 체리스톤에 보유중인 LG캐피탈 주식 약 832만주를 매각, 2억2,300만달러(약 2,911억원, 환율 1,304원기준)의 대금은 이달중 유입되며 매각대금은 모두 차입금 상환에 사용키로 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날 일부가 선물환으로 매도돼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도 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3원 높은 1,311원에 한 주를 시작, 다음 거래가 1,313원으로 뛰어올랐다. 지난주 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NDF환율이 엔 약세를 타고 1,315원까지 오른 뒤 1,313/1,315원에 마감한 것을 반영했다. 이후 환율은 오름폭을 다소 줄여 1,310원까지 내려섰다가 무역수지 악화 소식 등으로 되올라 개장후 30분경 전 고점인 1,312.50원을 깨고 1,313.20원까지 올랐다. 물량 공급 등으로 되밀려 11시경 1,309.90원까지 저점을 내렸으나 이내 1,311∼1,313원 사이에서 거닐다가 1,312.40원에 오전 거래를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낮은 1,312.1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직후 주로 1,312원선을 거닐다가 물량 공급으로 1,311.40원까지 내려선 뒤 한동안 1,311원선에 머물렀다. 이후 환율은 1,310원선까지 잠시 밀리기도 했으나 되올라 1,311원선에서 쳇바퀴를 돌다가 125엔대로 올라선 달러/엔 영향으로 1,312원선으로 범위를 넓혔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지난 금요일 엿새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뒤 하루만에 방향을 틀어 거래소에서 372억원 주식 순매도를, 코스닥시장에서 12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12일의 순매도분 192억원은 규모가 작아 환율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장중 고점은 1,313.20원을 기록해 전 고점인 지난 12일의 1,312.50원을 뛰어넘었으며 저점은 1,309.9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3.30원이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5억8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1억1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4,320만달러, 3억5,940만달러가 거래됐다. 18일 기준환율은 1,311.6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15일 현재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말보다 23억5,200만달러가 는 966억800만달러를 기록, 사상 최대규모로 나타났으며 세계 5위 수준으로 도약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