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산업현장경기'] (2) '여천 유화단지' ..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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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 더불어 국내 양대 석유화학단지로 꼽히는 여천산업단지.20여개 유화업체가 들어서 있는 여천단지의 경기 기상도는 '파업과 감산 도미노'로 잔뜩 찌푸려 있다.
"비가 조금만 와도 결항사태를 빚는 여수공항 만큼이나 경기도 불안정한 상태"라고 호남석유화학 이동식 사무팀장은 말했다.
실제로 파업후유증으로 경영진까지 교체된 여천NCC의 담벼락에는 지금도 '결사투쟁'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원합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여천NCC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화석유화학 노조도 지난 12일 86%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대림산업 한국바스프 삼남석유화학 KRCC 금호P&B 아이씨켐 등 6개 업체 노조는 지난 6일 광주노동청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조 움직임은 심상치않고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말그대로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한화석유화학 기술관리팀의 김형준 부장은 여천단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여천단지의 유화업체 가운데 현재 정상적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한화석유화학의 경우 3개의 L-LDPE(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 공장중 한개는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16일부터는 공장을 다 돌린다는 계획이나 노조가 파업을 결의해 놓은 상태라 회사측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천NCC의 파업으로 나프타 조달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운스트림 쪽의 수요 감소에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PC 등 전기전자 부품이나 PVC파이프, 농업용 비닐 같은 최종제품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등 중간원료는 물론 기초원료인 나프타 등 업스트림 쪽으로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석유화학공업협회의 박훈 상무는 여천단지 유화업체들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설비를 1백% 다 돌렸으나 하반기들어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여천단지가 불황에 빠지면서 지역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한해에 40~50명씩 뽑곤 했던 여천단지내 유화업체들은 외환위기를 겪은 후 지난 3년동안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