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관료](4)끝.전문가 진단..일할 맛 되찾게 역할 재정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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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료들을 다시 뛰게 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긴급 실시한 '2001 경제관료 의식 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린 처방은 분명했다.
좌표 상실의 혼돈 상태에 빠져있는 관료집단에 '일할 맛'(권한)과 '명분'(책임)을 되찾아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료사회의 위기는 97년말의 외환위기 이후 겪어 온 '환경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구조조정의 산고(産苦)를 겪으면서 변신의 전기를 가진 다른 부문들과 달리 관료사회는 오히려 부처 할거와 이에 따른 업무영역 혼선 등으로 '퇴보'하는 수난을 당해왔다는 것. 적지 않은 부처의 장관이 '분기' 단위로 바뀌고,정치권의 입맛에 맞춰 정책이 이리저리 뒤바뀌는 상황은 자존심 강한 엘리트 관료들을 더욱 좌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마디로 장기적인 정책 비전과 그것을 이룰 수단을 잃은 관료집단,그들에 의해 이끌리는 '주식회사 한국'이 재정.산업 등 주요 거시분야의 정책 실종 상태에서 표류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위기의 확산' 막아야=핵심 경제부처의 차관을 지낸 A씨는 요즘의 관료집단에 '3고 신드롬'이 팽배해 있다며 '긴급 수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3고'는 "골치아픈 업무과제는 덮어두고,(동료 또는 다른 부처로) 일을 날리고,그래서 마침내는 시급한 정책현안들이 "썩고"다.
창의성을 발휘할 재량권은 없이 외부 간섭과 여론몰이에 휘둘리다보니 무기력증에 젖게 됐다는 얘기다.
엘리트 경제관료들의 사기 저하를 공직의 "탈특권화(脫特權化)"에 따른 일종의 금단 현상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강현기 충북대 교수(행정학)는 "과거엔 경제관료들이 공직에 들어올 때만해도 민간부문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과 함께 신분 보장도 확실했다"며 "그같은 전반적인 특권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근세 카톨릭대 교수(행정학)는 "80년대 미국에서도 레이건 행정부의 정부개혁 이후 권위주의적인 행정체제가 개혁되면서 공직사회에 "조용한 위기(quiet crisis)"가 닥친 적이 있다"며 "우리의 경우도 관료사회의 행정적 특권이 기업 등 민간부문의 상대적 발전에 밀려 퇴색하고 있는만큼 보다 명확한 직무 좌표 등이 절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열린 공직사회'로 거듭나야= 핵심 경제부처에서 국장급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최근 민간 기업으로 전격 전직,관가에 충격을 안겨줬던 B씨는 "경제정책의 단기화와 전시행정화"를 관료사회의 가장 큰 위기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본식으로 정치인 등 외부출신이 장관을 맡더라도 행정의 일관성이 유지되게끔 사무차관제도를 도입하든지,아니면 미국처럼 공직사회와 민간출신의 인사 교류를 상시화해서 전문성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 민간부문과 공직사회 사이의 교류 활성화와 관련,박진성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갓 도입된 개방형 직위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들의 지원이 늘어나도록 보수를 높여야 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키워 공무원들의 민간 부문 진출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석홍 서울대 교수(행정학)는 "공직사회 내부의 변화와 더불어 일반 국민들이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정책 실패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자신감을 상실한 관료들의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는 것.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공직 내부의 활력이 없이는 개혁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공직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직무분석을 새롭게 실시해 이들에게 자신감과 역할을 재정립해 주는 일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