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성공 케이스로 꼽히던 한국전기초자의 서두칠 사장이 대주주인 일본 아사히측과의 갈등 끝에 사실상 퇴진했다. 한국전기초자 관계자는 10일 "서 사장이 아직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측근인 차기원 전무, 최영호 상무는 사표를 제출, 수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 사장은 사실상 퇴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당분간 아사히글래스측의 공동대표인 코시다 도쿠노스케씨가 단독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어 나갈것"이라고 밝혔다. 서 사장은 지난 97년 매출 2천3백77억원, 적자 5백98억원, 부채비율 1천1백14%의 한국전기초자를 맡아 지난해 매출 7천1백4억원, 순이익 1천7백17억원, 부채비율 37%의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켜 구조조정의 모범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사장은 그러나 지난 99년말 대주주인 대우측으로부터 지분 50%를 인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일본 아사히측과 경영전략, 특히 판매.가격전략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기초자측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TV 및 모니터 시장이 침체되자 서사장은 주력상품인 브라운관용 유리벌브의 가격을 다소 낮추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자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아사히측은 장기적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브라운관용 유리벌브의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을 서사장에게 제시해 이를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기초자 관계자는 "서사장과 아사히측의 갈등은 주로 판매.가격전략을 놓고 빚어졌다"며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용 유리벌브 개발이나 기술도입에서도 갈등이 있었으나 이 문제는 아사히측과 어느 정도 합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기초자측은 당분간 코시다 도쿠노스케씨가 경영을 맡을 것이며 새로운 경영진 구성과 관련해 결정된 바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 사장은 회사 구조조정의 과정을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