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시큐리티의 강형자(40) 대표는 남편 덕(?)에 기업가가 됐다. 10년 전, 전업 주부였던 강 대표에게 자칭 빚쟁이라는 사내의 전화가 걸려 왔다. 네트워크 솔루션 사업을 했던 남편이 자금 얘기를 가끔 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강씨는 전화 한 통으로 "감(感)"을 잡았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와 바스프코리아 같은 대기업에서 5년간의 직장생활을 한 경험에 비춰 볼때 남편 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 바로 회사의 안살림을 맡기로 자청했다. 전업주부가 가정경제(家計)를 지키기 위해 사업전선에 뛰어든 것. 강 주부 겸 부장은 사실상 회사의 경영을 좌지우지했다. 사람 좋은 남편은 연구개발 업무만 맡았고 "골치아픈 일"은 강 부장의 몫이었다. 강 부장이 들어온지 2년이 지나자 남편의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다. 강 부장의 "경영술"은 주변에 소리 소문 없이 퍼져 나갔고 여러 곳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돼 보라는 "권고"가 나왔다. 강 부장도 사업 아이템만 결정되면 자신의 기업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때맞춰 미국 출장길에 알게 된 작은 벤처기업이 네트워크 관련 보안업종에서 초고속 성장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강 부장은 지난 95년 보안업종 벤처인 인터넷시큐리티를 설립, 강 대표가 됐다. 정부 지원 자금을 받아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인터넷 뱅킹 등 온라인 금융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비밀번호가 자동으로 바뀌도록 하는 암호발생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공장자동화 장비 업종의 상장기업인 미래산업과 판매 경쟁을 벌여야 했다. 자금력이 달릴 수 밖에 없는 인터넷시큐리티가 밀리는 듯했다. 덩치가 컸던 은행쪽 계약이 일단 미래산업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우체국 증권회사 등에서 강 대표쪽에 주문을 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시큐리티의 미래 성장 아이템은 전자 인감증명서를 보관하는 휴대용 저장매체다. 이미 대우증권에 4천개를 납품했다. 이 아이템을 통해 개인용 종합보안 분야의 세계적 기업가가 되겠다는게 강 대표의 미래 설계다. (02)2633-3996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