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석유화학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차질을 빚고 있다. 9일 현대유화와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유화의 대주주중 하나인 현대건설(지분율11.63%)은 지난주말 열린 이사회에서 이 회사에 대한 경영권 포기에는 동의했으나 완전감자는 거부키로 의견을 모았다.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심현영 사장이 주재한 지난 6일 이사회에서 현대건설은 현대유화에 대한 경영권은 포기할 수 있으나 아서앤더슨의 실사결과 이 회사가 2천억원의 잔존가치(자산 2조8천억원.부채 2조6천억원)를 갖고 있는 만큼 채권단의 완전감자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회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도 자금사정이 매우 어려워 채권단의 관리하에 있는 만큼 자산가치가 부채보다 많은 출자회사의 지분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이사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이 지분을 포기할 경우 결국 현대건설의 손실로 계산돼 지난 5월 18일 부임한 심 사장을 중심으로 한 새 경영진의 경영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따라 채권단이 오는 10월까지 현대유화에 6천221억원의 단기유동성을 제공하는 3대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현 경영진 퇴진 ▲주주지분 완전감자 ▲노조의구조조정 동의 중 완전감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빠르면 금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이 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현대유화 대주주중 이미 경영권 및 지분 완전포기에 동의한 회사는 현대중공업(지분율 49.87%), 현대종합상사(6.95%), 현대미포조선(3.04%), 하이닉스반도체(1.60%) 등으로 이들의 합계지분은 61.46%에 그쳐 완전감자결의에 필요한 주식 정족수인 3분의 2(66.6%)를 넘지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감자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주주사는 현대건설 외에 현대자동차(지분율 14.99%), 현대산업개발(9.53%), 현대백화점(1.34%) 등 4개사이다. 한편 현대유화는 이들 회사의 감자거부에 따라 채권은행에 수입신용장(L/C) 개설이 안돼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를 충남 대산공장 앞바다에 배로 실어다 놓고도 하역하지 못해 현재 하루 3만5천달러(4천5백만원) 체선료를 물고 있다. 대산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1단지 공장과 2단지 공장의 나프타 재고는 각각 10일과 13일이 되면 바닥나게되며 공장가동 전면중단을 막기 위해 이미 10%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채권단의 자금지원 유보에 따라 현대유화는 9일 오전 서울 계동 현대사옥 본사에서 박원진 대표, 강헌식전무(공장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향후 회사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택형기자 apex20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