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관료] (1) 잦은 야근 등 .. '현장에서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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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신세를 지지 않으면 내집 마련조차 어렵다"(10년차 사무관)
경제적인 어려움은 공무원들이 공직에 회의를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 10명중 5명이 '경제적인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도 불만사항의 하나였다.
봉급은 그대론데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는 것도 공직을 떠나고 싶은 한 이유가 됐다.
"보수에 비해 책임이 과중해 상대적인 박탈감이 클 뿐 아니라 정책 결정도 소극적으로 추진하게 된다"(10년차 서기관)는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도 공무원의 힘을 빠지게 하는 요소로 꼽혔다.
한 공무원은 "우리사회는 유독 공무원에게만 이중잣대를 들이댄다"(8년차 사무관)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여론이 나쁠 때마다 공무원을 매도하고 사정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라며 "정치인이나 권력층의 비리가 터질 때마다 성실한 공무원까지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다"(12년차 사무관)고 답했다.
학연 지연 등 연고주의 인사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한 공무원은 "인사발표가 있고 난 후 '누구누구는 어떤 배경으로 승진됐다'는 말을 들을 때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20년차 서기관)고 응답했다.
다른 공무원은 "정확한 실적평가가 안돼 유능한 공무원은 박봉에 허덕이고 무능한 공무원은 국고를 축낸다"(25년차 부이사관)고 말했다.
정치인들도 공무원들의 사기를 짓밟는데 한몫 하고 있다.
10명중 2명꼴로 "정치인의 영향으로 정책결정이 미뤄지거나 왜곡되는 것"을 공직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한 공무원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책임은 공무원이 진다"(16년차 서기관)고 꼬집었다.
장관이 자주 교체된 부처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고 교체때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25년차 이사관)고 지적했다.
비효율적인 업무관행도 공직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하는 요소였다.
'보고를 위한 보고, 생색내기용 업무, 업무외적인 일에 시간을 뺏길 때' 공무원들은 공직사회에 회의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 "소신껏 추진하는 정책을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공무원을 질타할 때"(16년차 서기관), "15년 이상 어린 사람을 상급자로 모시는 일"(비고시 출신 20년차 사무관)도 불만사항이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