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중역이사회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은 점차 밝아지고 있다. 이들은 미국경제가 연말께 회복세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미경기는 침체의 변두리를 서성대고 있지만 전환점이 임박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1.4분기에 1.2%를 기록했다. 이같은 저조한 성장은 오는 3.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게 전반적 견해다. 그러나 5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이들은 올 4.4분기 GDP 성장률이 2.7%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 1.4분기 성장률은 3.1%로 예상했다. 물론 이같은 수치는 1999년(4.2%), 2000년(5%)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국경제가 조만간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푸르덴셜증권의 리처드 리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조금씩 빠른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한다. "1999, 2000년의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미 경기가 분명히 호전되고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리페는 3.4분기 성장률을 연율로 3.1%,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4% 정도로 점치고 있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리페가 낙관론을 펴는 근거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 금리인하와 풍부한 재정흑자다. FRB는 올들어 6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연초 6.5%에서 현재 3.75%로 낮췄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방기금금리가 연말까지는 3.5%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감세에 따른 환급액을 7월부터 소급적용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앞으로 수개월간 4백억달러 정도가 납세자들의 가정으로 환류된다. 전문가들은 이 돈이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일단 경기가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면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게 이들의 진단이다. 최근에 잇달아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 주택판매, 내구재 주문 등은 미 경기의 회복을 조심스럽게 점치게 하는 대표적 지표들이다. 코아메리카뱅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리트먼은 "에너지값 하락이 경기회복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분석한다. 리트먼과 다른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세계적인 수요가 둔화되면서 유가가 예상보다 큰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현재 배럴당 26달러 수준으로 12개월기준 최고치인 33달러를 훨씬 밑돌고 있다. 에너지값 하락은 감세와 같은 효과를 낸다. 많은 돈을 소비자 주머니로 돌려줘 소비를 촉진시킨다. FRB의 금리인하에 따른 인플레 우려를 덜게 해 추가 금리인하의 여지도 넓혀준다. 금리인하.세금감면-소비촉진-산업생산활기로 이어지는 "경제선(善)순환"이 점차 가시권에 진입하고 있다.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최대요인은 기업실적 부진이다. 실적의 지속악화로 해고자가 늘어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미 경기의 방향선회"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 --------------------------------------------------------------- 얼스트리트저널은 다우존스사의 트레이드마크로 이 기사의 소유권은 다우존스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