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청동대불 조성문제에서 비롯된 해인사와 실상사 간의 갈등이 양측의 자성과 참회로 해결의 가닥이 잡혔다. 또 논란이 된 청동대불의 규모도 주변 산세와 사찰 건물의 높이 등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해인사 선방 수좌들의 실상사 기물파손 등과 관련,해인사의 사과를 요구했던 실상사측은 지난 3일 "해인사 대중에게 분노와 증오와 원망심으로 대응한 실상사 대중들의 태도는 불교적으로 옳지 않으며 수행자답지 못하다고 판단돼 참회한다"고 밝혔다. 실상사는 이날 전체회의인 대중공사를 통해 이같은 뜻을 모으고 5일부터 21일간 주지 도법 스님과 해인사 수좌들을 자극하는 신문 기고문을 쓴 수경 스님 등 6명이 참회 단식기도 정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실상사측은 또 "해인사에 대한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지금의 상황을 수행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면서 "해인총림 대중들에게도 진심으로 참회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좌를 이끌고 실상사를 찾아갔던 해인사 선각 스님도 4일 "실상사에서 본인(수경 스님)이 없는 방의 문을 따고 집기를 들어낸 건 분명한 잘못"이라고 참회했다. 선각 스님은 "며칠전 수경 스님과 전화통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방안을 얘기했다"면서 "수경 스님이 5일 참회의 입장을 밝히고 21일 간의 단식기도 정진을 마친 뒤 해인사의 어른 스님 등을 찾아뵙고 참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경 스님은 이에 대해 "기고문에서 어른 스님들과 수좌들에 대해 거친 용어를 쓴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할 예정"이라면서도 "해인사에 와서 직접 참회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향후 양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해인사 총무 덕운 스님은 "산세와 건물 높이,대불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모형도를 만들어보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모아 대불이 너무 크다고 판단되면 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덕운 스님은 "대불 조성 자체는 누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며 환경훼손 문제도 근거가 없는 비판"이라면서도 "규모가 너무 크다면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