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실현. 국가 경쟁력이 높은 나라들의 공통점이다. 특히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3개국은 적은 인구와 좁은 국토,제한된 천연 자원 등 열악한 조건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손꼽힌다. 이들 강소국은 자국 기업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안정된 경제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이들 나라의 성공 전략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네덜란드는 지난 80년대 초반 최악의 경제 상황을 겪었다. 오일 쇼크와 과도한 사회보장 지출,이로 인한 국민들의 노동기피는 정부재정을 통제불능상태로 몰고 갔다. GDP(국내 총생산)는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매월 1만명씩 실업자가 발생했다. 제조업체 25개 중 1개꼴로 도산하면서 81∼83년 30만명이 해고당했다. 경제회생을 위해 네덜란드 정부가 내린 결론은 기업규제의 완전 철폐와 기업의 진입 및 퇴출장벽 완전 제거.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지급 등의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자국기업과 균등한 경영여건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뒀다. 경직된 노사관계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풀어나갔다. 당시 경제기획청은 1%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면 매년 10만명의 신규 고용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노사를 설득했다. 회사대표들에게는 노동시간을 5% 단축해 노동기회를 재분배하도록 요청했다. 노조도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임금과 물가의 연동제 실시를 2년간 유보하는 데 합의했다. 헤이그 북방 5㎞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바세나에 모인 노사정 대표는 82년 11월 임금억제를 통한 고용창출을 골자로 한 '바세나 협약'에 서명했다. 네덜란드 경제개혁의 표본이 된 '폴더 모델(Polder Model)'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90년대 들어 EU(유럽연합)국가들보다 1%포인트 높은 3∼4%의 경제성장률을 매년 달성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커지면서 실업률은 오히려 3.5%(2000년 말)로 떨어졌다. 네덜란드 정부는 80년대 후반부터는 기업 진입 및 퇴출장벽을 제거,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 파산의 위험을 고려한 엄격한 창업법이 오히려 창업을 억제한다는 판단에 따라 2006년까지 창업법 자체를 폐지키로 했다. 네덜란드 경제부는 94∼98년 사이 창업한 기업들이 28만개의 새로운 일자리와 GDP의 3%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웨덴의 경우 투자청(ISA)은 창업관련 행정지원 시스템을 대폭 개편,1주일내에 모든 기업의 설립 절차가 완료되도록 하고 있다. 13∼16세 청소년층의 발명품을 특허와 창업으로 연결시켜주는 '핀업(FinnUpp)'프로그램을 정부 주관하에 실시하고 있다. 특정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규제 장치도 모두 없앴다. 공정거래법의 적용도 명백한 경쟁 제한의 근거가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스웨덴의 경우 대부분의 산업에서 1∼4위 기업이 총 매출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핀란드도 10대 기업의 시가총액이 헬싱키 주식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집중도가 높지만 별도의 규제는 없다. 스웨덴,핀란드의 경우 법인세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GDP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은 덴마크(52.4%)가 가장 높으며 스웨덴(35%),핀란드(33.3%)가 각각 뒤를 잇고 있다. 반면 기업의 연구개발비에 대해서는 무제한으로 손비처리를 인정해주고 있다. 반 빙베르헨 암스테르담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극도로 단순화시켜 생산 유통 판매 등 모든 경제활동 단계에 걸쳐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게 경제정책의 목표"라고 밝혔다. 암스테르담=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