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끝날 때까진 왕건으로만 살고 싶습니다" 지난 99년 10월 대하드라마 "태조왕건"의 왕건역을 맡은 후 탤런트 최수종은 다른 연예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최대한 자제해 왔다. 덕분에 요즘 최수종에겐 드라마나 광고 출연섭외가 별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 연예계 사람들 대부분이 아무리 부탁해도 거절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드라마의 제목이 된다는 것은 연기자에게 평생 한 번 찾아오기도 어려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태조 왕건"이 방영되는 동안만큼은 왕건으로 기억되길 바랄 뿐입니다." 이 드라마에 자신의 연기인생을 걸었다고 말하는 최수종은 모든 촬영에 언제나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덕분에 왕건 촬영장에서 그의 별명은 "독사". 20여개월 제작기간동안 단 한 번도 촬영 시간에 늦은 적이 없다. "어딜 가든 대본을 들고 다닙니다. 대본이 없으면 불안해 다른 일들이 손에 잡히질 않아요. 요즘에도 녹화 전 날에는 누가 제 대본을 훔쳐가 어쩔 줄 몰라하는 꿈을 자주 꿉니다. 촬영할 때 너무 민감해지는 탓에 제가 나오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제 앞에 감독님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어요" 최수종은 이렇게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는 이유의 일부를 부인 하희라에게 돌린다. "인터뷰에서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집사람은 정말 굉장히 잘 해줍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스튜디오 녹화가 있기 때문에 일요일에는 보통 집에서 대본을 외워요. 집사람은 이런 제가 방해받지 않도록 한창 시끄러울 나이인 두 아이들과 집안에 있는 듯 없는 듯 지냅니다" 왕건의 카리스마가 다른 왕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왕건은 수많은 정치집단 속에서 포용력을 갖고 참고 견디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리스마를 찾기보다는 부드러움 속에 담긴 왕건 특유의 지도력을 이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태조 왕건"의 열열한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최수종은 "연륜이 있는 분들은 드라마 곳곳에 나오는 인생의 의미가 담겨진 대사들을 음미하면서 보시면 훨씬 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