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생명철학자 한스 요나스(1903-1993)의「생명의 원리」(아카넷刊.한정선 옮김)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1973년 독일에서 처음 나온 이 책은 생물학적 현상을 존재론적으로 분석한 일종의 '철학적 생물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관념론적이고 실존주의적인 철학이 갖는 인간 중심적 한계와 자연과학이 갖는 유물론적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 요나스의 집필 의도이다. 그는 고대의 신화와 종교가 생각하던 범생명론에서 물질과 정신의 이원론, 유물론과 관념론, 기계론과 생명체론에 이르기까지 철학 및 자연과학의 이론이 가져온 생명과 물질의 차이, 물질과 정신의 차이, 생명과 기계의 차이 등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요나스가 궁극적으로 함축하는 생명 원리는 바로 '자유'. 그는 생명체가 갖는 가장 기초적 형태의 자유를 아메바와 같은 원시생명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어떤 자극에 보여주는 '반응'이 결국 그들의 가능성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기존 한계를 박차고 나온 것으로 보는 것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자유의 스펙트럼과 생명에 대한 그의 관심은 아우슈비츠수용소의 어머니 죽음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사건 등을 겪고 이스라엘 독립전쟁에 참가한 유대인 철학자로서의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책은 인체게놈프로젝트로 향후 인간 및 생명체가 목적에 따라 설계되고 제작될지도 모를 시대를 사는 현세대에게 생명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줄만하다. 605쪽. 2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