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低價전쟁...델, 컴팩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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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하 경쟁으로 치달은 대형 컴퓨터업체간 '가정용 PC 전쟁'이 델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PC 시장에서 델의 최대 맞수인 컴팩은 주력사업을 PC 제조·판매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컴퓨터를 결합한 패키지 사업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5년여간 지켜온 세계 PC 판매 정상의 자리를 지난 1분기에 델에 넘겨준 컴팩은 또 "델과 더이상 PC 가격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컴팩은 지난달초까지만해도 1위자리를 되찾기 위해 델의 저가공세에 맞서 맞불작전으로 나왔었다.
강력한 라이벌로부터 사실상 '항복'을 받아낸 델은 월스트리트 저널 26일자에서 "부품가격의 하락이 이어지는 한 PC 가격인하 정책을 계속 고수하겠다"고 밝혀 PC 시장을 제패하기 위한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컴팩,방향 선회=마이클 카펠라스 컴팩 회장은 25일 중대형 컴퓨터용 프로세서인 알파칩 사업부문의 인력 및 기술을 2004년까지 모두 인텔에 넘기고 인텔의 신형프로세서칩인 '아이타니엄'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몇년동안 공들여 온 알파칩 사업을 포기한 것은 PC 위주 하드웨어 판매 대신 소프트웨어와 관련서비스를 새 주력사업으로 삼는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컴팩측은 설명했다.
◇델,기존 공세 강화=반면 델은 기존의 저가정책과 강력한 유통조직을 활용해 가정용 PC 뿐만 아니라 기업용 PC 및 노트북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델의 제임스 밴더슬라이스 사장은 최근 "컴퓨터 부품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을 십분 활용,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며 "현금동원 능력을 최대한 가동,동일 업종 기업의 인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후에 누가 웃을까=컴팩의 구조조정 논리는 분명하다.
1990년대초 IBM과 마찬가지로 수익성이 낮은 하드웨어 부문의 비중을 줄이고 마진 높은 서비스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경기 침체기에 주력사업을 갑자기 바꾸는 게 쉽지 않고 해당 분야에는 IBM이란 최강자가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컴팩은 "그동안 충실히 준비해 왔다"며 "서비스 분야의 강자들과 충분히 겨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컴팩의 방향전환으로 PC 시장에서는 델의 독주 체제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델은 그동안 저가공세를 주도하면서 수익을 희생해 왔다.
연간 50% 이상씩 증가하던 델의 순익이 올해부터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델의 미래는 포화상태에 다다른 PC 분야 뿐만 아니라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