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처럼 기업하기 어려운 때가 없다고 경영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하반기엔 나아질 수 있을 지 전망도 불투명하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대박"을 터뜨린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고 창사 이후 최대 매출을 올리는 업체들도 많다. 아무리 불황의 골이 깊어도 히트상품은 생기게 마련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남 보다 한 발 앞서 읽고 수요를 창출하는 제품은 성공하게 된다. 태평양의 이해선 전무(마케팅 담당)는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만들면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져도 히트 상품은 탄생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 한국경제신문의 소비자 대상을 받은 상품을 포함해 소비시장에서 히트한 상품들은 예외없이 고객의 욕구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만족시킨 제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히트상품을 살펴보면 21세기를 맞은 한국 소비시장의 변화상이 한 눈에 보인다. 가속화되는 소비 계층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반영해 백화점 할인점 온라인쇼핑몰 등 유통 업태 간에도 히트상품이 뚜렷이 차별화 되고 있다. 히트상품중 소비시장에서 주역으로 떠오른 여성이나 청소년을 공략해 성공을 거둔 제품이 많다는 점도 새로운 현상이다. 이들은 경기 침체속에서도 왕성한 소비력을 과시해 소비시장에서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헬스기구 건강식품 등이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급부상했고 핸드폰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기는 90년대 말부터 수년째 장수 히트상품으로 뿌리내려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일부 제품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히트 상품을 업종별로 상위 한두개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체제를 맞아 거대 다국적 소비재업체들이 한국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대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국내 기업들이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데 전사적으로 힘을 쏟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제일기획의 김익태 박사(마케팅연구소 소장)는 "요즘 히트상품을 분석해 보면 상류층 대상의 제품은 브랜드에서 결정나고 중산층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싼 실속파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유명 백화점에서는 상류층 고객을 겨냥한 패션 관련 상품이 많이 팔렸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의 경우 선글라스가 단일 상품으로 최대 히트상품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최고 1백% 이상 판매량이 늘어난 점포도 많다. 편안함에 패션 기능을 가미한 슈즈인 "스니커즈"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동 본점은 지난 봄 스니커즈 전문매장인 "플랫폼"을 열어 젊은층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불황속에서도 명품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핸드백으로 유명한 루이비통, 패션의류의 샤넬 등 세게적인 명품은 불황속에서도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대형 할인점의 경우 기존의 시판 제품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가전 생활잡화 상품을 PB(자사상표)로 개발해 대성공을 거뒀다. 신세계 이마트는 "시네마플러스TV"를 PB상품으로 만들어 10개월 만에 3만대를 팔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자동차 운전중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면서 핸드폰을 장착해 사용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 상품인 핸즈프리는 이달들어 단일 품목으로 할인점에서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넷쇼핑몰이나 TV홈쇼핑에서는 실속파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들이 고객의 사랑을 받았다.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의 경우 운동기구인 "AB 리턴 슬라이더",김치 냉장고, 다이어트식품 등이 대박을 터뜨렸다. 이 회사의 김재중 상품기획팀장은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여성 이용자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 이들에게 호소력 있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TV홈쇼핑의 경우 기획 상품으로 만들어 일반 시판 제품보다 기능을 단순화하고 가격을 낮춘 컴퓨터 에어컨 또는 주방용품 다이어트식품 등이 대히트를 쳤다. CJ39쇼핑의 경우 중소기업이 만든 아이디어 주방용품인 "파워 도깨비 방망이"가 히트상품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이 팔렸다. 이 제품은 분쇄 믹서 거품제거 다지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주방용품으로 주부들의 주방생활에서 필수품으로 인식돼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