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아래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미국이 10년 장기호황을 마감하면서 파장이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밀려갔다가 더 크게 메아리쳐 되돌아오고 있다. 세계경기의 상승과 하강은 교역이라는 연쇄를 통해 파급된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급속한 팽창 끝에 수축에 돌입했다. 미국 시장에 이전보다 덜 수출한 다른 지역은 수입 여력이 떨어져 미국으로부터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관세로 자국 시장에 빗장을 걸면서 경쟁적으로 시장 규모를 줄여 경기침체를 심화하는 전철을 밟을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방어를 위해 공세적인 통상정책을 펴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행보는 주의를 요구한다. 세계시장 위축은 지난주 나온 미국의 4월 무역수지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수출은 869억달러로 3월에 비해 2% 줄었고 수입은 1,191억달러를 기록, 더 큰 폭인 2.7% 감소했다. 한국은 올들어 미국 시장으로 대표되는 해외 수요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도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 흑자가 격감하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 독일이 휘청대면서 유로통화 지역 경기가 침체 단계에 접어들었고 일본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 두 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여겨진다. 지난해 말 제기된 미국 경기 침체 전망은 여러 측면에서 반박됐으며 반론의 근거 가운데에는 유럽 등 다른 지역이 건실하다는 지적도 들어 있었다. 미국의 부진을 다른 지역이 붙들면서 경기하강이 수습되리라는 설명이었다. 이같은 분석이 기대 쪽으로 편향돼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 성장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느냐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미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2.0%로 추계됐다가 1.3%로 수정되면서 경착륙의 기준선인 3%를 깨고 내린 것. 연착륙론자들은 이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때로는 과감하고 필요하다면 기습적인 금리인하에 기대를 걸었다. 금리를 이처럼 낮춘 적이 없기 때문에 유례 없는 경기둔화도 승리의 V자를 그리며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리고 금리인하는 워낙 6개월 이상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자고 말했다. 이제 첫 금리인하 뒤 6개월이 다 지나가면서 금리인하가 과연 경제 각 부문을 붇돋우고 있는 지로 논란이 좁혀졌다. 낙관론자 대부분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그러나 4/4분기 지점에 서서 회복이라는 수신호를 보내면서도 슬며시 한 발을 뒤로 물리는 모습도 엿보인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미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 낮추기는 '줄을 미는 것'과 같기 때문에 크게 기대할 바가 못된다. 한편 환급을 포함한 조세감면도, 이유는 다르지만, 무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가 주택부문을 제외하고는 투자나 소비 등 다른 쪽에서는 약효를 내지 못해 기업 매출 및 수익의 내림세가 제동걸리지 않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국내외 증시는 26, 27일 이틀간 열리는 FRB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보폭을 점치며 등락할 전망이다. 금리와 경기, 그리고 기업 수익의 상관관계보다는 인하 폭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얘기다. 올들어 여섯 번째 금리인하 폭 예상은 0.25%포인트, 즉 25베이시스 포인트(bp)가 우세했다가 지난주를 거치며 50bp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연방기금금리 예상치로는 50bp의 확률이 48%로 점쳐졌다. 폭이 50bp를 밑돌 경우 수요일 뉴욕증시는 급락할 것이다. 주요 지수가 이미 지난주 두 차례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50bp가 되더라도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시장이 기대한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낮아진 금리는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하는 한편 주식자산의 메리트를 높이겠지만, 단지 지지선을 설정하는 데 머물 것으로 본다. 요컨대 증시는 위로 막혀 있고 아래로는 열린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네트워크와 반도체에 이어 제약주까지 실적 경고를 내면서 주요 지수가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금요일에는 반도체주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악화와 올해 세계 D램 시장 55% 위축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0.42% 소폭 올랐다. 그러나 주요 지수는 1% 안팎 동반 하락했다. 국내 증시는 주간으로 종합주가지수가 3.2%, 코스닥지수는 4.7% 떨어졌다. 하이닉스에 이어 해태제과, OB맥주, I-타워 등 자산 및 지분매각이 잇따르는 속에서도 정작 1년 끌어온 현대투신 매각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GM의 대우차 협상도 2차에 접어들었지만 반가운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번주에도 지켜볼 일이다. 연기금 6,000억원이 월요일에 투신과 자산운용사에 배정된다. 시기를 저울질하며 나눠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추세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주에는 26일 화요일에 3콤과 팜이 장 종료 후에, 목요일에는 페덱스가5월까지 분기실적을 발표한다. 경제지표로는 월요일에 5월 기존주택 매매, 화요일에는 컨퍼런드 보드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 5월 내구재주문, 신규주택판매 등이 나온다. 목요일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예정돼 있다. 금요일에는 1/4분기 경제성장률이 확정집계되고 국내에서는 5월 산업활동동향과 물가가 나온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