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고조,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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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을 잃은 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닷새째 이어진 외국인 매도세에 반도체 악재까지 겹치면서 반등 기대가 흔들렸다.
구조조정 재료도 하이닉스 외자유치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개별 종목 사이로 숨어 버렸다.
새로운 바닥을 탐색하던 시장은 모멘텀 부재 상황에서 다시금 경기 회복 시점을 가늠하느라 고민하는 표정이다. 또 전날 나스닥지수가 사흘만에 2,000선을 회복했지만 외국인이 매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이유를 곱씹고 있다.
가뭄 속 단비처럼 기다리고 있는 경기 회복. 특히 반도체는 국내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다.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이와 관련, 21일에는 미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발표된다. 그리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3/4분기 실적 및 4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의 방향 탐색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긍정론과 낙관론이 겨루는 양상은 그러나 몇 개월째 새로운 데이터를 소화하면서 계속되고 있어, 이들 발표를 계기로 어느 한 쪽으로 수렴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22일 증시에서도 밀고당김이 장중 내내 팽팽히 맞설 경우 지수나 개별 종목이 방향성을 상실한 채 옆걸음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에 참여하기 보다는 기다리는 편이 낫다. 그러나 종이 한장 차이로 균형이 깨지거나 밀물과 썰물 양상이라면, 저가매수를 겨냥할 만 하다. 단 고위험, 고수익임은 염두에 둬야 한다.
◆ 반도체, 돌아오려나 = 반도체 경기 회복 여부가 다시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전날 살로만 스미스 바니의 조너선 조지프는 반도체 경기가 오는 8월경 바닥을 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반도체와 PC의 재고물량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 증권사는 5~6월이 계절적 비수기라는 점을 강조, 4분기 이후 단기 공급 부족을 예상하는 성급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증권사 자료에 따르면 대만과 홍콩계 D램 트레이더들 대부분이 3분기 128메가 D램 가격이 평균 3달러 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지난 4월에도 '더 나빠지기도 어렵다'며 반도체 경기 바닥론을 제기했던 터라 이번 발언을 놓고 일부에서는 '양치기 소년의 호언' 쯤으로 평가절하 하고 있다. 여전히 시장 상황은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는 현실 인정론인 셈이다.
가트너그룹의 데이터퀘스트는 21일 올해가 D램 산업에 있어 최악의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D램 시장의 매출이 지난해 보다 55.5% 하락한 14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목요일 증시에서는 현실이 기대를 이겼다. 삼성전자는 20만원선 아래로 밀려났다. 지난 4월 17일 이후 9주만에 처음이다.
64메가 SD램이 0.96~1.15 달러, 128메가 SD램이 1.95~2.25 달러에 거래되는 등 속락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2분기 D램 및 TFT-LCD 부문에서 32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는 전망까지 가세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수요감소로 가격 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라며 투자 등급마저 시장평균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의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실적 경고와 투자등급 하향 조정이 잇따랐다. 리만 브라더스의 댄 나일즈는 PC제품 수요 감소와 치열한 프로세서 가격 경쟁, 플래시 메모리 가격의 급락 등을 이유로 인텔과 AMD 수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조 오샤도 반도체 산업의 수요 부족을 이유로 AMD가 분기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인텔의 CEO 크래그 바렛은 20일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회견에서 향후 6개월 이내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내년 설비 및 투자를 감축할 것이라고 설명, 경기 회복을 자신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다만 느낌이라고 전제한 뒤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의 느낌이 맞을까. 목요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실적이 나오면서 두 진영의 세력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미 경기회복, 언제쯤 = 민간 연구소인 컨퍼런스 보도는 20일 5월 경기선행지수가 예상치인 0.2%를 훌쩍 뛰어 넘어 0.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 반 중 최고 상승폭이다.
향후 3~6개월 동안의 경기활동을 예측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0.5% 상승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 보다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기 시작하는 징후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경기선행지수는 어디까지나 지표상의 반등일 뿐이라며 확대해석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 경제가 투자 부진, 실업증가 등에 따른 소비 위축 가능성 등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장 관계자들은 3분기 이후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가 4분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잠재능력 수준의 회복은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감세정책이 미국 경제 회복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가세하고 있다. 지난 12일 맥도너 뉴욕 연준 총재는 감세정책이 올해 GDP 성장률을 0.4% 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내년에는 0.7% 포인트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