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이후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이 신제품.고급제품 위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는 21일 내놓은 "96년 이후 주요 품목의 수출구조 변화" 보고서에서 "승용차 영상재생기 PC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수출상품을 조사한 결과 신제품 및 고급제품의 수출은 성장세를 보인 반면 기존 저가제품 수출은 둔화세를 나타내 같은 제품군에서 신.구 제품의 수출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승용차의 경우 1천5백∼3천㏄급 중형차 수출은 지난 96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20.4% 증가한데 비해 1천5백㏄ 이하 소형차는 14.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중형차 수출 비중은 40.4%에서 64.7%로 커져 주력 수출제품이 소형에서 중형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재생기는 같은 기간 VTR가 연평균 17.5% 감소한 반면 수출가격이 2.5배 높은 DVD플레이어는 14.2%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올들어서도 계속돼 지난 1∼4월 DVD플레이어 수출은 1억3천8백만달러를 기록, VTR(7천8백만달러)를 추월했다. 가정용 냉장고도 중대형(4백ℓ이상)의 수출증가세가 두드러져 점차 소형(2백∼4백ℓ)에서 중대형으로 주종 수출품목이 바뀌고 있다. 중대형의 수출 비중은 96년 21.5%에서 지난해 36.7%로 늘어났다. 에어컨 역시 고가품인 월타입의 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56.6%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윈도타입(21.5%)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용 세탁기의 경우 비완전자동형이 감소세를 보인 반면 완전자동형은 연평균 14.0%씩 늘었다. 컴퓨터는 주변기기의 비중이 96년 96.6%에서 지난해 79.6%로 하락세를 보인 반면 본체의 비중은 3.1%에서 19.8%로 급증했다. 특히 노트북PC와 액정모니터 소프트웨어 등은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데 비해 그동안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음극선관 모니터와 단말기 수출은 점차 퇴조하고 있다. 96년까지 미미했던 통신관련 제품의 수출도 눈에 띈다. 휴대전화는 셀룰러형이 지난해 51억4천만달러, PCS는 3억5천만달러어치가 각각 수출됐고 위성방송수신기도 4억5천만달러어치의 수출을 기록했다. 올들어서도 이들 제품의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96년 통신관련 제품의 주요 수출품목이었던 팩시밀리는 연평균 38.2%의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유선전화기도 1.7%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 쇠퇴하는 모습이다. 컬러TV는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등으로 연평균 17.9%의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20인치 이상 중대형의 감소세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무협 동향분석팀 관계자는 "제품 고급화 추세는 중국 등의 추격을 따돌리는 대신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급제품 등으로 수출구조가 변화되는 것은 수출의 장기적인 성장기반 확충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