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선 전화기를 없애기로 한 것은 사무실 공간에서 "선(線)"을 제거, 업무환경을 완전한 "모바일 오피스" 체제로 바꿔 놓기 위한 조치다. 유선과 무선 전화기의 혼용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중복 현상을 없애고 전화기로 상징되는 아날로그식 사무실의 개념을 통째로 머리속에서 지우겠다는 의도도 담겨져 있다. 전 직원에게 노트북을 지급한 삼성전자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재택근무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 모바일 오피스 개념이 실제 업무에서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유선전화기는 직원들의 활동 거점을 사무실 주변에 묶어 놓는 심리적 역할을 해왔다"며 "이런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으로 음성 및 데이터통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원들의 정보통신기기의 활용도를 실제로 높이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휴대폰을 활용, 간단한 업무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단문발송(SMS) 서비스와 무선 데이터서비스 등을 제공, 업무에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외근이나 출장이 잦은 직원들의 경우 휴대전화로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 공지사항 확인에서부터 일정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전화도 저렴한 가격에 이용토록 해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도 거둘 전망이다. 삼성은 이번 조치로 비용은 줄고 업무효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본사에 설치된 유선전화기만 대략 5천여대에 이른다. 이에 따른 운영및 관리비용도 적지 않은데다 책상 등 사무집기의 수요까지 불러 일으켜 공간활용에 비효율적이라는게 회사측 판단이다. 영업직 등 사내근무보다는 외근이 많은 부서의 경우 불필요한 사무실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는 만큼 낭비적 요소를 없앨 수 있다는 것. 기업이 적정요금을 내면 일정한 총 통화시간을 보장받는 요금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전화요금도 줄일 수 있다. 대신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여건을 조성, 소프트한 사고를 유도함으로써 조직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직원들이 사실상 '24시간' 대기 상태에서 근무를 하게되는 만큼 노동강도는 세지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업무의 효율이 크게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특히 판매와 마케팅 등 고객접점 부서의 경우 단 한개의 번호만 관리하면 되므로 커뮤니케이션 성공률이 높아질 것으로 회사는 예측하고 있다. 개인적인 통화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측은 이번 구내 무선 서비스 실시를 계기로 재택근무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생활가전사업부를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매월 두번째 목요일을 '재택근무의 날'로 정해 차장과 부장 등 간부사원들에게 집에서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업무보고를 받고 결재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물리적 공간으로서 사무실의 운영을 최소화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최소화해 기업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