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엔화 약세를 안고 사흘 내리 상승마감했다. 역외매수세는 이어졌으며 역내 거래자들 사이에서도 달러매수심리가 강화됐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30원 오른 1,304.80원에 거래를 마감, 1,300원대 안착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달 16일 1,309.3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 고점이라는 인식으로 업체의 대기매물이 나왔으나 엔화 약세의 속도를 따르지 못했다. 일본의 대형 소매업체의 급작스런 부도설이 경기침체 우려와 더불어 엔화를 자극하면서 원화도 함께 흔들린 셈. 오후장 고점에 다다랐을 때는 한 업체에서 대규모의 달러수요가 있다는 루머와 엔 약세가 함께 환율을 자극했다. 그러나 장 막판 달러/엔이 하야미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에 힘입어 오름세가 꺾이고 역외세력도 달러팔자(오퍼)쪽으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20일 환율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업체들이 1,305원 이상에서는 물량을 계속 내놓고 있고 경계감도 상당히 있어 달러/엔이 124∼125엔 이상으로 뛰지 않으면 추가 상승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외세력이 계속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 걸리긴 하나 이들이 주춤할 때가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며 "내일 환율은 1,302∼1,308원 범위에서 거래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개장초 보인 레벨에서 크게 움직이지 못하는 장세라 오늘 실질적으로 1,303∼1,306원 범위에서 움직인 셈"이라며 "수급이 깨지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 따라 사고파는 거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125엔이 목표인 시점에서 하야미의 발언이 먹혀들어 조정가능성이 엿보이고 역외세력도 달러팔자에 나서 이가 뉴욕장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일은 넓게는 1,298∼1,307원 범위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시장주변여건의 환율 상승 자극 = 엔화 약세의 진전이 빠른데다 역외매수세, 결제수요 유입 등 시장여건은 환율에 우호적이지 않다. 엔화는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일본 대형업체의 부도설로 한 때 123.80엔까지 급등하는 등 가파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야미 BOJ총재의 엔화약세 우려 발언으로 급등세가 꺽인 달러/엔은 장 막판 123.40엔대에서 거닐었다. 전날 달러/엔은 뉴욕장에서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며 한때 123.50엔까지 오르며 123.18엔에 마감했으며 이날 도쿄장 오전에는 123.10∼123.30엔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오후 들어 퍼진 일본 대형소매업체인 마이칼의 부도설은 일본 증시는 물론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다. 달러/엔의 123.80엔대로 근접시키고 상승세를 유지하던 닛케이지수를 400포인트 이상 급락시키며 하락마감케 했다. 닛케이지수는 전날 대비 0.97% 하락한 1만2,574.26에 마감했다. 일본 정부 산하 경제사회연구소는 4월 경기동행지수를 기존 14.3%에서 10.0%로 하향조정,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에 부채질했으며 거래자들은 달러/엔이 다시 124엔을 넘어 125엔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야미의 발언이 얼마나 약효가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역외세력은 오전장에는 매수세를 계속 이어 환율상승세를 적극적으로 이끌었으나 이후 달러/엔의 추가 상승이 막히자 역외매수세는 강도가 약해졌으며 막판에는 달러팔자에 나섰다. 업체는 1,300원 이상을 목표로 한 물량을 적극적으로 출회하면서 환율 상승을 억제했다. 결제수요도 상당부분 나왔으며 전체적인 수급은 깨지지 않고 균형을 어느 정도 유지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4.50원 오른 1,30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이 1,307원까지 오른 것을 반영한 것. 그러나 개장가가 높게 형성됐다는 인식으로 개장 직후 1,301.60원까지 떨어졌으나 역외매수로 차츰 레벨을 높여 1,303원선을 주무대로 하다가 소폭 되밀려 1,302.7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보다 0.20원 오른 1,302.9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303원선에서 소폭 등락하다가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자 레벨을 급하게 올리며 오전중 고점을 돌파하고 1,305.80원까지 올라섰다. 이후 환율은 엔화 약세 진정으로 1,305원선을 거닐다가 이내 되올라 1,306원으로 고점을 경신한 뒤 1,304원선으로 되밀리기도 했으나 1,305원선에서 주로 거래가 체결됐다. 장중 고점은 1,306원, 저점은 개장가인 1,301.60원으로 하루 등락폭은 4.40원이었다. 사흘 내리 순매도에 기운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722억원, 97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환율에는 별 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이틀 후 역송금수요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9억9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8,44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6억1,900만달러, 4억달러가 거래됐다. 20일 기준환율은 1,304.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