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내부변화에 주목 할 때입니다" 홍성국(38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정보부장은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한국증시가 이미 제자리를 찾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태평양,한국전기초자등 소위 가치주들이 신고가(역사적 신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전례없는 주가상승을 이어가는 건 주식시장이 한단계 성숙해가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저금리시대에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이 머물곳은 결국 증권시장밖에 없고 IMF 홍역을 치룬 투자자들로선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성에 촛점을 맞춘 가치투자를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애칭이 '밸류(Value) 홍'이라는데. "지난 99년부터 각종 투자설명회나 사내 직원대상 교육등 가는 곳마다 가치투자를 '전도'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불리고 있다. 시장의 흐름이나 거시경제 전망 등을 통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개별 기업의 수익성 등 기본적 요소에 대한 분석을 통해 투자할 주식을 골라내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시장 내부변화'란 어떤 것을 뜻하는가. "과거에도 경기바닥 논쟁이 불거질 때면 경기민감주보다는 실적주나 자산가치주들이 두드러진 주가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치주들의 주가상승탄력은 경기불안에 따른 단순한 대체투자종목을 사들이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저금리시대에 부동산도 안전한 투자처가 못된다. 채권시가 평가제 도입으로 금리변동 리스크가 커진 채권형 상품의 투자매력도 감소했다. 결국 가치주 중심이라는 증시내부의 변화는 주식투자가 더이상 투기가 아니라 안정적이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증시는 어디쯤 와있다고 보나. "질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상태다. 거래소시장의 경우 지난 6월12일 기준 PER가 6배로 일본(73.2) 미국다우(24.2) 독일(20.7) 대만(15.2)시장을 훨씬 밑돌고 있다. 구조조정,회계투명성등 그동안 한국증시의 한계로 지적되던 특수상황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가치투자에 치중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방증인 셈이다. 결국 가치주 전성시대가 지속되며 한국증시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질적변화가 나타나는 초기단계로 보면 된다" ―큰 장을 기대해도 된다는 얘긴가. 그렇다면 시기는 언제로 보나. "올 하반기에 종합주가지수 700~800 간다는 전망이 많은데 한국증시의 큰 흐름을 놓고 보면 의미가 없는 예측이다. 언제 가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IMF사태를 겪은 터라 시중자금이 낮은 금리에도 불구,은행등 금융기관에 맡겨두는 안전운행을 선호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중부동자금이 급격히 증시로 흘러들 때가 멀지 않았다. 한국기업은 IMF체제 이후 많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낮아졌고 기업경영도 많이 투명해지고 있다. 지금도 한국증시 전체가 저평가됐다는게 가장 매력적인 재료로 부각되고 있다. 경기회복이 관건이다. 내년 하반기나 2003년초에 경기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시중부동자금이 몰리면서 큰장이 설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국내 경기만 놓고 증시를 얘기하는 건 무리다. 물론 단기적인 흐름에는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론 세계경제의 흐름을 살피는게 필수적이다. 지난 3년간 세계경제는 PC 휴대폰 인터넷 등으로 표현되는 신경제를 성장엔진으로 호황을 누렸다. 앞으로 2~3년은 고성장이 힘들어 보인다. 신경제가 쏟아낸 공급물량이 수요를 넘어섰다. 재고물량을 소화해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2003년에는 신경제의 2단계 도약을 이끌어 새로운 모멘텀이 마련될 것이다" ―어떤 주식을 사야 하나. "시장에서 가치주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한발 앞서 저평가된 가치주를 찾아 보유하면 의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기술주의 성장성에 대해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지는 내년 하반기까지는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가치투자가 바람직하다. 대상종목으로 제일모직 흥아타이어 고덴시 대덕전자 페타시스등을 꼽을 수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