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강세도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다. 뉴욕증시는 지난 4월 17일 인텔의 긍정적인 하반기 전망과 하루 뒤 금리인하를 계기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두 달 37% 솟구쳤고 다우는 18% 올랐다. 금리인하에 따른 넘치는 유동성이 지수를 가만 두지 않으리라는 부추김, 오름세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부동(浮動)매수세, 그리고 경기도 반환점에 다가섰다는 진단이 어우러졌다. 어지간한 악재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구매관리자협회(NAPM)의 제조업 지수가 전달에 비해, 예상치보다도 저조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랠리의 지렛대였던 경제성장률이 실은 좋지 않았다는 우울한 얘기도 사흘 지나 잊혀졌다. 심상치 않은 소식은 굴절됐다. 4월 실업률이 4.5%로 나타나며 지난 2년 반 중 최고를 기록했지만 오히려 금리인하 기대를 낳았다. 호재는 액면 그대로 반영됐다. 지표 이면을 찬찬히 살펴보는 이는 드물었다. 5월 실업률이 4.4%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지자 '사자'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실업률 하락이 실업자가 아니라 경제활동인구 감소 덕분이라는 분석은 무시됐다. ◆ 뉴욕 = 경제지표가 쏟아진다. 어느 하나도 가볍지 않지만 어떤 지표도 호전은 힘들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13일 수요일에는 소매판매 둔화 여부가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소매판매 증가율이 4월 1.1%에서 0.2%로 뚝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튿날엔 재고와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관심이다. 이전주에는 43만2,000명으로 8년여중 가장 많았다. 더 늘기도 힘들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감소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금요일은 트리플위칭 데이이며 산업생산, 공장가동률,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대기하고 있다. 5월 산업생산이 부진할 경우 여덟달째다. 미시건대학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 수준이거나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대적인 감세에 따른 세금환급을 앞둔 기대가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여섯 차례 낮출 여지가 있는 지 논란이 뜨거워지겠다. 목요일 생산자물가에 이어 금요일에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다. 장기 금리가 단기와 멀어지고 있고,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셈한 결과라는 설명이 많다. 물가는 그린스팬 말마따나 구매자가 가격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안정권에 들 전망이다. 하지만 유가상승 등을 고려할 때 안심할 수는 없는 수준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금리를 낮춘 만큼 이제 물가를 걱정할 때도 됐다는 로렌스 메이어 FRB 이사의 강경론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 서울 = 이번주 키포인트는 삼성전자다. 이틀 연속 상승을 제공한 변수가 소멸됐다. 인텔은 전망 유지한 보람을 맛보지 못한 채 주니퍼 네트웍스의 바디 블로우에 나가떨어졌다. 주니퍼는 못벌어도 지난 분기 정도는 되겠거니 하는 월 스트리트의 기대를 저버렸다. 금요일 장중 이번 분기 수익이 기대치의 1/3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한 것. 반도체산업협회(SIA)의 하반기 반등 예상은 다소 고집스러웠다. 당초 매출증가율 22%를 마이너스 14%로 수정하면서 한 발은 긍정 쪽에 남겨둔 듯 했다. 이번주 국내 증시에도 묵직한 요인이 산재해 있다. 12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13일 김대중 대통령 국정개혁 구상 발표, 14일 선물옵션 만기, 14∼15일 하이닉스 GDR 발행가 결정, 15일로 예상되는 GM의 대우차 인수 의향서(MOU) 제출 등이다.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6,000억원에 달하는 등 최고 수위를 유지하고 있어 부담이 만만찮겠다. 최근 거래량이나 지수수준으로 미뤄보면 롤오버되기보다는 정리나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닉스가 1조5,000억원 이상 외자유치에 성공하거나 GM의 MOU 제출이 이뤄질 경우 구조조정 본격화 신호를 바탕으로 반등이 시도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의 파업과 김대통령의 발표도 직접적이지는 않겠지만 매매방향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힌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