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결과는 소방수에게 물어봐' 중·하위권 구단들의 선두권 진입 경쟁이 날로 치열한 가운데 마무리 투수들의 구위에 따라 각 구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들어 연일 1∼2점차의 박빙 승부가 펼쳐지면서 소방수들의 실점 여부가 팀 승패에 직접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의 덕을 가장 많이 본 팀은 LG.마운드의 불안이 팀 하락을 부추겼던 시즌 초반과 달리 최근에는 신윤호라는 걸출한 마무리 투수의 등장이 팀 상승세의 토대가 됐다. 5월 들어 7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렸던 신윤호는 6일 SK전에서도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기록했다. 신윤호의 활약에 힘입어 LG는 7위 롯데와의 게임차를 1.5게임까지 좁혔다. LG와 대조적으로 SK는 마무리 조웅천의 부진이 팀 하락세를 부추겼다. 4월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던 조웅천은 5월 중순 들어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달 31일과 6월1일에는 총 6실점을 하면서 이틀 연속 구원패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6일 LG전에서는 오상민이 연장 10회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으며 패전을 기록했다. 롯데도 사정이 비슷하다. 5월 중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던 롯데는 강상수 염종석 등 소방수의 부진으로 기세가 꺾였다. 최근 9번의 패전 중 8회 이후 결승점을 내준 게 6번에 이른다. 강상수가 지난달 25일과 31일 구원에 실패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염종석이 8회 등판해 3실점(1자책)하며 무너졌다. 다른 팀들도 소방수의 실력에 따라 울고 웃는 형편이다. 오봉옥의 세이브 행진에 힘입어 한때 3위까지 올랐던 해태는 오봉옥이 지난달 25일과 29일 구원에 실패하면서 내리 5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화는 새로 영입한 워런의 철벽 마무리에 힘입어 마운드의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선발 투수진의 구위가 떨어지는 여름으로 이어지면서 마무리 투수들의 비중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