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금속조형작가인 김승희(54.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교수)씨가 8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6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너와 나"를 주제로 두가지 이상의 보석을 결합시켜 조화와 대비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신구 45점을 출품한다. 김씨는 금속에 조각적인 볼륨과 기하학적인 구조를 접목해 '김승희류(流)'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보여온 작가다. 공예의 실용성 장식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조형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금속공예 분야를 새롭게 개척해 왔다. 작품 활동을 한 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장신구전을 갖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조형미를 유지한 기존의 대작을 '미니어처 조각'으로 반영한 장신구들을 내놨다. 작가가 사용한 소재는 오닉스 마노 질콘 시트린 페리도트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준보석(Colorstone)들로 무려 25종에 이른다. 금속에 이런 준보석들을 결합하되 육면체 공간을 연상시키는 격자구조의 특이한 형태로 보여준다. 원석을 격자구조라는 공간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깎아 금속과 결합시킴으로써 주체와 객체간 상호작용 내지는 교감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간과 대상을 스스로 해석하고 연출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준다. 금속과 보석의 색상 대비도 돋보인다. 미술평론가 이재언씨는 "원석이 갖고 있는 얼이나 이물질을 있는 그대로 세팅한 것이 기존 장식구 작품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금속장신구가 부귀를 나타내는 사치품이던 시대는 지났다"며 "선진국의 경우 장신구로 값비싼 보석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준보석을 사용해 조형미에 주목하는 추세"라고 강조한다. 서울대 미대를 나온 김씨는 미국 인디애나대 미술대학원에서 현대 금속공예를 연구했다. 1987년부터 10회의 개인전과 1백여회에 달하는 국내외 초대전을 통해 국내의 금속조형과 장신구 조형에 현대 예술을 가미,자율성과 표현성을 한 단계 높인 작가라는 평을 얻고 있다. 1988년 한국공예가협회상을 수상하고 1995년에는 석주미술상을 받았다. 23일까지. (02)734-045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