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영향력에서 벗어난 증시가 국내 모멘텀을 받아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8일 증시는 월요일 뉴욕증시가 추모의 날로 휴장함에 따라 관망세 속에 좁은 변동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전고점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GM의 대우차 인수 본격화, 하이닉스의 조기 계열분리 방침이라는 두가지 호재가 부각되면서 매수세를 북돋웠다.

GM의 대우차 인수팀은 전날 입국, 오는 30일 경 인수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은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당4역회의에서 "다음달 4일부터 우리나라가 아닌 제3국에서 대우차 매각협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대우차 매각과 관련해 오후 3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닉스의 조기 계열분리를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계열 분리로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동반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돼 외자유치 진행이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가지 재료에 대우차판매, 하이닉스, 쌍용차, 동양기전 등 직접적인 관련주식들이 강세를 나타내며 화답했다.

오래된 재료여서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증시를 억누르던 문제들이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증권 권혁준 연구원은 "개별 종목에 대해서는 재료가 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시장 심리 안정이나 구조조정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을 감안한다면 이번 조정을 짧게 끝내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상승을 이끈 다른 축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된 상황이어서 레벨업을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하방경직성 강화에는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적극적인 가담을 꺼리고 있다. 거래량이 전날보다 증가하고 있으나 하이닉스와 대우차판매가 1억6,000만주 이상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관망세가 우세한 상황.

국내 산업활동 동향,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고용동향 등 주요 경제 지표와 뉴욕 증시 방향을 확인하자는 심리가 깔려있다.

이날 종합지수는 소폭 하락 출발했지만 외국인이 선물을 대거 매수하면서 곧바로 강세로 전환한 뒤 630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15분 현재 628.50으로 전날보다 10.03포인트, 1.62%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83.58로 0.36포인트, 0.43% 상승했다.

주가지수선물 6월물은 1.50포인트, 1.94% 높은 78.65를 나타냈고, 코스닥선물 6월물은 0.50포인트, 0.49% 올라 100.65에 거래됐다.

외국인은 지수선물을 3,000계약 이상 순매수하며 반등을 이끌어 냈다. 외국인의 현물시장 순매수는 251억원 수준으로 많지 않지만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고 있어 규모에 비해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30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차익실현에 주력하며 588억원을 순매도했다.

투자심리가 회복되며 종금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기계, 운수장비, 전기전자, 의약, 증권, 섬유의복업종 오름폭이 크다.

삼성전자가 2% 이상 오르며 23만원대를 육박하고 있는 것을 비롯, SK텔레콤, 한국전력, 현대차, 국민은행, 삼성전기 등 지수관련 대형주가 대부분 위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하이닉스가 1억주 가까운 거래 속에 10% 이상 급등했고, 대우차판매, 쌍용차, 동양기전, 대원강업, SJM 등 대우차 매각시 수혜가 예상되는 대우, GM관련주도 강세다.

대우조선과 대우건설도 진념 부총리의 워크아웃 졸업 발언으로 꾸준히 매수세를 받고 있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예상보다 상승폭이 크긴 하지만 긍정적인 조정이 이어지는 과정"이라며 "산업활동 동향이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내수부분이 받쳐주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큰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심리 자체가 호재에 민감하고 악재에는 둔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대우차 처리가 신속하게 처리되고 뉴욕 증시가 안정을 보이면 상승 추세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