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에 실시간으로 전해진 그린스펀 FRB의장의 발언이 주가를 한 클릭 밀었다.

그린스펀은 이례적으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고 종합지수는 장중 연중최고점을 살짝 지나쳤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4일 오후 8시 20분 뉴욕경제클럽에 참석, 경제하강 위험이 여전해 추가적인 정책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등 주요지수가 반등에 성공한데다 그런스펀 발언이 더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상승쪽을 무게를 둔 모습이다. 금리인하 자체보다는 올들어 다섯 차례 금리인하로 인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요일 뉴욕증시가 그린스펀 발언에 어떻게 반응할 지를 두고보자는 심리도 강하다.

25일 발표되는 미국의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당초 발표했던 2.0%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내구재 주문동향도 긍정적인 신호를 주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추가 금리인하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GM이 지난 23일로 예정됐던 대우차 인수 제안서 제출을 늦추면서 수그러들었던 구조조정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을 ING베어링이 현대증권을 매수추천하면서 되살리고 있다.

ING는 현대증권과 AIG과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것 전망된다며 투자등급을 종전 ''보유(Hold)''에서 ''매수(Buy)''로 상향조정하고 목표주가로 1만2,000원을 제시했다. 현대증권은 매수추천에 화답하며 8개월만에 1만원대에 올라섰다.

외국인이 정보에 더 빠르고 민감하지 않겠냐는 막연한 확신에 현대투신 외자유치가 조만간 결론이나고 지수는 한단계 레벨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타났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AIG측의 현대투신 실사가 당초 계획했던 26일보다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GM의 대우차 인수 협상팀은 이르면 오는 28일쯤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제안서 제출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종합지수는 뉴욕증시가 짧은 조정을 끝내고 반등한데 이끌려 강세로 출발했다. 오전 한때 633.16까지 상승, 지난 22일 기록한 연중최고점인 630.08을 재차 높였다.

하지만 차익실현매물도 만만치 않은데다 신고가 경신에 대한 부담, 주말을 앞둔 경계매물 등이 꾸준히 출회되면서 630선 안착에는 실패했다.

종합지수는 낮 12시 44분 현재 626.09로 전날보다 3.81포인트, 0.61%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0.24포인트, 0.29% 높은 83.25를 가리켰다.

주가지수선물 6월물은 0.25포인트, 0.32% 올라 78.35를 나타냈고 코스닥선물 6월물은 99.95에 거래돼 0.05포인트, 0.05% 하락했다.

시장베이시스가 닷새째 플러스를 유지하면서 프로그램매수가 매도를 능가하며 지수상승을 뒤받침했다. 프로그램매수는 차익 340억원, 비차익 519억원으로 모두 859억원 유입됐다. 매도는 318억원 출회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연일 초강세를 나타내던 건설주가 엿새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을 비롯 종이목재, 철강금속, 운수장비업종 등이 하락했다. 반면 전기가스, 기계, 종금, 은행, 음식료업종 등 오름폭이 비교적 크다.

금리인하 기대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던 증권주 탄력은 둔화됐다. 현대증권, 굿모닝증권, 대신증권이 강세를 시현하고 있으나 동부증권이 재료노출로 7일만에 내림세로 돌아섰고, 대우증권도 차익매물로 약세권으로 밀렸다.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한국통신공사, 한국전력, 국민은행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선전했다. 외국인의 집중 매수를 받은 삼성전기가 6% 이상 오른 것이 눈길을 끈다. 자사주매입을 지속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외국인 매도를 맞은 포항제철은 내림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값 하락지속, BB율 하락과 전날 모건스탠리 딘워터 증권의 투자의견 하향조정 등 악재를 딛고 상승하고 있는 것을 비롯, 하이닉스, 아남반도체, 케이씨텍 등 반도체 관련주가 강세다.

투자주체별로는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548억원 매수우위를 나타내며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개인은 차익실현에 주력, 각각 329억원과 379억원을 순매도하며 추가 상승을 가로막았다.

3억9,201만주, 1조6,922억원 어치가 손을 옮겨 거래량과 거래대금 증가 추세는 이어졌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그린스펀의 힘과 프로그램 매수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방경직성이 강하게 확보된 만큼 조정을 끝내고 추가 상승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상승 탄력이 크지 않은 전고점 돌파는 항상 조정을 가져왔다"이라며 "단기 조정을 거쳐 추가 상승이냐 상투확인이냐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증권 권혁준 연구원은 "외국인이 전날부터 실질적으로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고 이날은 선물도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어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대우차 매각 등 구조조정 문제가 뚜렷하게 해결되고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확인되지 않는 한 현 지수는 부담스러운 지수대"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