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젊은 출판인들과 수원컨트리클럽에서 라운드했다.

오뉴월 가뭄에 비 내리지 않는 날이 없다더니,그 날 역시 감질나는 가랑비가 오락가락하고,바람의 세기도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나보다 훨씬 젊은 분들이어서,티잉그라운드에서나 페어웨이에서의 샷이 호쾌해 여러 번 기가 질렸다.

젊은 시절부터 골프를 배우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하였다.

티샷을 날린 뒤,허겁지겁 낙하지점을 찾아가 보면,내가 친 공은 십중팔구 그들보다 십여 미터 뒤에 얌전하게 떨어져 있었다.

비거리는 보잘 것이 없었으나,고질이던 슬라이스가 그나마 조금씩 교정되어 가고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기로 하였다.

오후 2시쯤 라운드에 들어가서 13번 파3홀에 이르렀다.

앞선 팀의 사인을 받아 티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서출판 아침나라의 황근식 사장이 날린 볼이 놀랍게도 홀인원이 되고 말았다.

그린 뒤편에 비켜서서 바라보던 앞 팀에서 벼락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놀란 우리들 역시 아이들처럼 방방 뛰었다.

한참만에 뛰는 가슴들을 진정시키고 그린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우리들을 감동시킨 또 다른 장면과 마주쳤다.

앞선 팀의 배려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리 일행이 그린에 도착할 때까지 컵에 박힌 깃대를 뽑지 않았다.

그리고 황근식씨가 컵에 들어간 자신의 볼을 직접 확인하고 깃대를 뽑아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뿐만 아니라,우리 팀과 돌아가며 악수를 나누고 여러 번 축하의 말을 건네주었다.

물론 골프장에서 처음 만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었다.

그 때는 흥분해 그 분들의 아름다운 배려의 가치를 지나쳐 버릴 뻔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다섯 홀을 돌면서 그 분들의 신사도에 감명받고 가슴 뿌듯하였다.

남의 행운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할줄 아는 그런 질박한 인심의 시대는 아직도 우리들 곁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확인도 홀인원의 성과만큼 값진 것이었다.

김주영 소설가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