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출 증가율이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졌다.

올 들어 환율 급등으로 수출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아졌는데도 수출 증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니 무역 관계자들의 속은 더욱 쓰릴 수밖에 없다.

산업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출은 1백41억7천1백만달러(통관기준)로 작년 3월에 비해 1.8% 감소했다.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

지난달엔 수출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4월 수출액은 1백22억6천8백만달러로 잠정 집계돼 수출증가율은 -9.3%(전년 동월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99년 2월(-16%) 이후 26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수출금액은 수출물량에 제품 단가를 곱해 산출한다.

수출증가나 감소 원인을 물량과 단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수출물량은 시기별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는 하지만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수출단가는 작년 4.4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지만 단가는 1년 전보다 11% 떨어졌다.

결국 최근 수출 증가율이 두달 연속 뒷걸음질을 친 주된 원인은 수출단가 급락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출단가 폭락은 반도체 컴퓨터 LCD(액정표시장치) 등 IT(정보통신) 관련 제품에서 주로 발생했다.

작년 3월 개당 5백40달러 하던 15인치 LCD값은 대만업체의 공급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난달 2백8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작년 2.4분기와 3.4분기중 각각 7.24달러, 8.35달러로 업계에 미증유의 호황을 안겨주었던 64메가D램 반도체의 개당 평균 가격은 작년 7월(개당 8.8달러)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 지난달에는 개당 2.4달러(전년 동기 대비 32.6% 하락) 수준까지 폭락했다.

올 3.4분기까지 반도체 가격이 현 수준(개당 2.4달러)에서 머무른다고 가정해 보자.

금년 2.4분기와 3.4분기중 반도체 가격 하락률은 전년 동기비로 각각 66.9%, 71.3%가 된다.

지난 3월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10.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가격이 현수준에서 머무르는 것만으로 올 2.4분기와 3.4분기 전체 수출단가는 전년동기 대비로 각각 7.2%포인트, 7.7%포인트 낮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출단가와 혼동하기 쉬운 개념으로 수출물가가 있다.

특정 기준시점의 수출단가와 물가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연도의 수준을 계수화하는 수출단가지수, 수출물가지수는 모두 수출입가격의 변동을 나타내지만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수출물가지수는 약 2백여개 품목에 대해 수출입 계약시점 가격을 적용해 산출한다.

반면 수출단가지수는 약 1천여개의 품목에 대해 통관시점 가격을 적용한다.

수출물가지수와 달리 순수한 가격상승 이외에 품질 개선에 따른 가격 상승분도 반영해 준다.

지수 편제 방식과 가중치 적용도 서로 달라 두 지수간에 괴리가 일어나곤 한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