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시스템 테크놀로지에서 일하는 기명신(32)차장은 정보기술(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그래머다.

이 회사 공채 5기로 입사한 이래 10년째 같은 분야에서 일해왔다.

프로그래머,혹은 시스템 엔지니어로 불리는 이 분야에는 비교적 일찍부터 여성들이 진출해왔지만 기 차장처럼 통계학 전공자는 흔치 않다.

"전산 기술은 입사후에라도 배울 수 있어 기본 소양만 있으면 된다"며 전공에 관계없이 인력을 뽑아왔던 관행 때문이다.

그는 입사 이후 줄곧 기술 파트에서 일하며 데이터베이스 개발 도구를 활용,기업들의 각종 인사.회계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데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의 "전자 매뉴얼관리시스템 구축"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공항의 각종 운영 절차와 설계 기준,내부 규정 등 각종 매뉴얼을 일목 요연하게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직원들이 이를 쉽게 검색.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성으로서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일할 때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객 기업에 나가 시스템 구축작업을 벌이고 있을 때 일이다.

해당기업 팀장급 간부가 여직원이 자리를 비웠다며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기 차장은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기술"로 승부하겠다고 다짐했고 피나는 노력 결과 고객들도 그를 프로 프로그래머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의 소망은 두가지다.

하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장인 기술자"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

기 차장은 "기술자의 정년은 마흔"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나이가 많아지면 그만큼 경륜이 생기는데 관리직 일을 맡아 경험을 충분히 활용할수 없게 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아 왔다.

또하나는 전산 개발을 위해 사용되는 기본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는 것이다.

얼마전 인천공항에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에도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독일산 제품을 사용했다.

"언젠가는 외국산 소프트웨어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국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