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상품의 '마술사' 머천다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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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들이 많이 쓰는 용어중 하나로 MD란게 있다.
MD란 일반적으로 ''머천다이저''를 뜻한다.
때로는 ''머천다이징''이란 행위를 나타낼 때도 있다.
상품의 기획 개발 생산 판매 재고처리 등 전 과정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머천다이저다.
MD는 상품의 마술사다.
상품의 생사와 부침을 결정한다.
가식의 마술이 아니라 포장의 마술을 부린다.
없던 매출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구미 각국에서 MD를 ''유통업계의 꽃''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MD의 위력을 알려주는 사례 한가지.
이야기의 무대는 90년대 미국이다.
전국 판매망을 가진 한 의류전문점 MD는 티셔츠 판매로 대박을 터뜨렸다.
내막은 이랬다.
우선 스리랑카 의류업체가 만든 티셔츠를 장당 3달러에 매입했다.
이 티셔츠를 미국으로 가져와 프랑스어와 영어로 된 세탁설명서를 붙였다.
그것들을 점포안 진열대에 가지런히 포개놓고 뒤쪽 벽에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여인의 사진을 걸어놓았다.
이국적인 배경에다 매혹적인 여인의 미소가 어우러져 티셔츠는 1만달러가 넘을만큼 우아하게 보였다.
티셔츠 이름을 ''엑스퍼디션(탐험)''이라 하고 가격은 37달러로 책정했다.
얼마후 매장에는 티셔츠를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소비자 심리를 꿰고 있는 MD의 마술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서 MD라면 흔히 매장개편을 떠올린다.
미국·유럽과 한국·일본의 유통업체들은 영업형태에서 뚜렷이 구분된다.
백화점은 특히 그렇다.
구미 백화점들은 자기 힘으로 상품을 사들여 판매한뒤 자기 책임아래 재고를 처리한다.
반면 한국·일본 백화점들은 제조업자를 점포안에 끌어들여 대가를 받는 형태다.
매출은 걱정없다.
장사를 못하면 매장주인을 바꾸면 그만이다.
이런 가운데 상품에 대한 안목이 길러질 리 없다.
한국에서 세계적 명품과 거물 MD가 탄생하길 바라는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길 바라는 것과 뭐가 다를까.
cdkang@hankyung.com
MD란 일반적으로 ''머천다이저''를 뜻한다.
때로는 ''머천다이징''이란 행위를 나타낼 때도 있다.
상품의 기획 개발 생산 판매 재고처리 등 전 과정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머천다이저다.
MD는 상품의 마술사다.
상품의 생사와 부침을 결정한다.
가식의 마술이 아니라 포장의 마술을 부린다.
없던 매출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구미 각국에서 MD를 ''유통업계의 꽃''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MD의 위력을 알려주는 사례 한가지.
이야기의 무대는 90년대 미국이다.
전국 판매망을 가진 한 의류전문점 MD는 티셔츠 판매로 대박을 터뜨렸다.
내막은 이랬다.
우선 스리랑카 의류업체가 만든 티셔츠를 장당 3달러에 매입했다.
이 티셔츠를 미국으로 가져와 프랑스어와 영어로 된 세탁설명서를 붙였다.
그것들을 점포안 진열대에 가지런히 포개놓고 뒤쪽 벽에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여인의 사진을 걸어놓았다.
이국적인 배경에다 매혹적인 여인의 미소가 어우러져 티셔츠는 1만달러가 넘을만큼 우아하게 보였다.
티셔츠 이름을 ''엑스퍼디션(탐험)''이라 하고 가격은 37달러로 책정했다.
얼마후 매장에는 티셔츠를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소비자 심리를 꿰고 있는 MD의 마술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서 MD라면 흔히 매장개편을 떠올린다.
미국·유럽과 한국·일본의 유통업체들은 영업형태에서 뚜렷이 구분된다.
백화점은 특히 그렇다.
구미 백화점들은 자기 힘으로 상품을 사들여 판매한뒤 자기 책임아래 재고를 처리한다.
반면 한국·일본 백화점들은 제조업자를 점포안에 끌어들여 대가를 받는 형태다.
매출은 걱정없다.
장사를 못하면 매장주인을 바꾸면 그만이다.
이런 가운데 상품에 대한 안목이 길러질 리 없다.
한국에서 세계적 명품과 거물 MD가 탄생하길 바라는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길 바라는 것과 뭐가 다를까.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