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 주말 마음이 두번 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함께 한 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가 자신에 대한 반감을 풀지 않은 것을 확인한 데다 바둑마저 완패했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지난 28일 ''제2회 운정(雲庭.JP 호)배 전국아마추어 바둑선수권대회''에 초청받아 대전 한밭체육관을 찾았다.

''JP는 지는 해''란 발언 이후 두사람 사이에 쌓인 앙금을 씻어보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긴 행보였다.

그러나 대회직전의 오찬행사에서 이 위원과 JP는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았다.

이 위원과 JP 사이에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이 앉도록 자리가 배치됐기 때문이다.

냉랭한 분위기는 체육관내 마련된 귀빈 대기실에서도 계속됐다.

TV에 ''진품명품''이란 프로가 방영되자 JP는 "서양의 왕은 관상인과 면도사를 데리고 다녔다"면서 "사람을 감정하는게 제일 어렵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고, 한 위원도 "이순(耳順.60세)이 되니 사람을 만나면 감(感)이 온다"고 맞장구쳤다.

이어 자리를 대회장으로 옮긴 이 위원(아마5단)은 자민련 이양희 사무총장(아마6단)과 대국에서 대마가 죽는 바람에 불계패(不計敗)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 씁쓰레한 하루를 보낸 것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