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문명의 타이타닉호''를 탄 채 빙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생태계 파괴는 극도로 심각해졌고 인간관계는 메마르고 피폐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시인이자 철학자인 박이문(71·朴異汶) 미국 시몬스대 명예교수는 문명사적 갈림길에서 삶과 철학을 통찰한 ''더불어 사는 인간과 자연''(미다스북스)을 펴냈다.

지난해 포항공대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저자가 지난 2년여간 강연 학회지 언론매체 등을 통해 발표한 글들을 모았다.

이 책은 1부 세기의 화두,2부 생태학적 반성,3부 가치의 전환,4부 더불어 사는 삶의 실천 등으로 나눠 인류가 당면한 문제와 해결방법 등을 모색하고 있다.

비도덕과 물질만능에 포획된 현대인들은 하루속히 인간중심주의에서 생태중심적 가치관으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편을 관통한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위주로만 조율된 탓에 나머지 생태계 종말과 문명파괴 위기에 봉착했다는 인식에서다.

에릭홉스봄은 ''20세기는 극단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저자는 역설적으로 ''20세기는 인류사 처음으로 문명에 대한 총체적인 자기반성이 시작된 세기''라고 규정한다.

이로써 인간중심적 가치관에서 생태중심적 세계관으로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내세운 생태중심사상의 핵심은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는 일원론적 세계관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서양사상의 이원론적 가치관을 버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바탕한 불교·도교·유교 등 동양사상을 수용할 것을 권고한다.

4부에서는 인터뷰 형식을 통해 저자가 이례적으로 사회현상에 대한 사견(私見)과 청년시절의 개인적 고뇌,학문탐구과정 등을 밝혔다.

서울대 불문과 대학원을 나온 박교수는 프랑스 소르본느대 불문학 박사,미국 남캘리포니아대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독일마인츠대와 일본 인터내셔널 크리스천대 초청교수 포항공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