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패션 전문 유통업체 막스 앤드 스펜서(M&S)는 유럽내 38개 매장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미국 시장의 패션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와 식음료 사업 분야의 킹 슈퍼마켓을 비롯해 홍콩의 10개 매장도 매각할 예정이다.

영국내 통신판매사업은 중단하고 국내 2백80개 매장은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뤽 반드벨드 M&S 회장은 "채산성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해외 매장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884년 유태계 러시아 이민 마이클 막스가 설립한 M&S는 오랫동안 영국 왕실 가족들이 즐겨 입던 고급 브랜드로 유명하다.

80년대에는 영국여성 세명 중 한명이 입는 고품질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다림질이 필요 없는 셔츠를 처음 출시한 것도 M&S였다.

특히 설립자의 이름을 따 만든 PB(자체브랜드) "세인트 마이클"의 인기로 90년대 중반에는 전세계 고객수가 1천7백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98년 매출액이 15% 격감한 이후 누적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99년 M&S는 최고 경영진을 교체하고 캐나다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이미 발길을 돌린 소비자를 다시 끄는데 실패했다.

승승장구하던 M&S가 갑작스레 경영악화로 빠져든 이유는 뭘까.

시장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경영진의 "경직된 사고방식"과 "자만감"으로 분석한다.

1백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M&S는 시장 점유율 업계 1등이라는 사실에 도취돼 90년대 초반 미국의 "갭"과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 등 새로운 기성복 브랜드가 시장에 뛰어 드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80년대 큰 성공을 가져다준 컨셉트와 모델만 믿고 시대적 유행의 흐름을 거부한 것이다.

99년 연례 주총회장에 참석한 한 중년의 한 여성 소액 주주는 "50대 가정주부도 옷 스타일이나 유행에 관심이 있다"며 "나 스스로도 M&S 컬렉션을 입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소리쳤다.

M&S는 90년대 중반 신흥 브랜드들이 연간 8차례 뉴 컬렉션을 내놓는 상황에서도 전통과 품질만 강조하며 춘하.추동 컬렉션에 만족했다.

매장 단장에도 실패했다.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을 턱없이 부족하게 마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형광등 같은 조명 역시 매장분위기를 현대적 이미지와 더욱 멀게 만들었다.

심지어 매장 점원 유니폼도 구 소련의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승무원 제복과 비슷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M&S 경영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사내 중앙집권적 상하질서 구조라는 지적이다.

전혀 융통성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런던 중심의 경영체제로 세계화 경영에 역행했다.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그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에서 판매될 모로코산 상품도 런던을 거쳐야만 했다.

이처럼 M&S를 어려움에 빠뜨린 것은 신흥업체들의 마케팅 전략과 경쟁에 밀렸다기보다는 융통성 없는 경영과 지명도에 대한 자만 때문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새로 영입된 벨기에인 뤽 반드벨드 회장이 지휘하는 이번 구조조정은 M&S의 생사를 결정짓는 마지막 재기 시도 기회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worldonlin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