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의 12일 업무보고는 금융사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되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금융사가 적극 나서도록 독려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기업 여신과 신용 평가를 엄격히 하되 신용대출을 늘리고 각종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금융사가 직접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증권계에도 리딩 증권사가 나오도록 하고 공인회계사 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대목도 주목을 끈다.

분기 보고서를 공인회계사가 "검토"하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 기업.금융 상시구조조정 =금융사별로 기업에 대한 상시평가시스템을 갖추도록 한다는게 금감위의 복안이다.

은행들의 기업 구조조정 노력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분기별로 점검하게 된다.

이 계획에 따라 당장 이달중에 첫 일제점검이 예정돼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거래기업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실적에 따라 여신심사에서 가점 또는 감점을 주는 방식으로 기업경영의 선진화를 이끌어내게 된다.

<> 금융소프트웨어 개혁 본격 추진 =각종 수수료에 원가개념을 도입해 수수료를 올리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 소비자들은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

공공요금 수납업무 등에서 수수료가 대거 신설될 수도 있다.

금감위는 수수료 신설을 허용하되 과잉 부과는 막겠다는 생각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은행은 신용 위험을 반영, 기업별로 여신금리를 차등 적용하고 일정 수준 이상인 신용 우량업체에 대해서는 신용대출을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중소기업이라도 회계감사를 받은 경우 신용대출이 가능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은행으로서는 리스크관리에 주력할 수 밖에 없게 됐다.

<> 분식회계 방지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공인회계사 검토제도가 도입된다.

당장은 자산 규모가 큰 상장사에만 적용된다.

기업들로서는 상시 재무관리는 물론 장부 정리에도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공인회계사의 업무 범위도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일부에서 외부감사 대상 법인의 범위를 주식회사에서 재단법인 등으로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도 크게 늘려 지난해 5백50여명의 두 배인 1천명을 뽑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숫자를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부실감사에 대한 조사와 제재도 강화하되 우선은 공인회계사회의 자율 규제기능을 부여해 주기로 했다.

<> 리딩 증권사 추진 =국민.주택은행 합병에 이어 증권계에도 리딩 증권사를 만들겠다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증권계에 태풍의 핵으로 부상할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증권가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리딩증권사는 미국식 투자은행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업무를 다양화하고 당국은 각종 인.허가를 통해 리딩 증권사 출현을 지원한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당국이 인위적으로 이합집산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 불공정 거래 감시 =이날 보고에서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분야가 불공정거래 방지 시스템의 구축이기도 했다.

금감위는 불공정거래 초기 단계에서 사법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인터넷 거래에 대한 정밀분석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