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업체들의 실적악화 경고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하락 등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10일 거래소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매도공세 속에 이틀 연속 주가가 밀렸다.

전날보다 3천5백원(1.89%) 떨어진 18만2천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은 자딘플레밍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의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물을 쏟아냈다.

외국인들은 7백97억여원어치(43만6천주)를 순매도했다.

현대전자도 전날에 이어 약세를 보였다.

1백70원(6.07%) 떨어진 2천6백30원에 마감됐으며 신저가를 경신했다.

아남반도체도 이틀째 주가가 떨어지면서 전날보다 3.37% 하락,다시 3천원대로 주저앉았다.

나스닥 등 미국 증시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텔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52% 하락한데 따른 불안감이 ''팔자''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안정세를 보였던 반도체 현물가격까지 최근 내림세로 돌아서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원은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다 이달 들어 반도체 현물가격까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전자 주식 보유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 전체 보유주식 가운데 삼성전자가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환율이 안정돼 있으면 위험을 헤지할 수 있지만 현재처럼 환율이 움직이면 환리스크 때문에 투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려면 올 4·4분기는 돼야 할 것"이라면서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도 미국 증시와 반도체주의 움직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외국인투자자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이 강하지만 외국인이 현재처럼 미국 증시와 연계된 투자행태를 보이는 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