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텔이 루미텔과의 합병을 자진철회했다.

10일 금융감독원과 코스닥증권시장(주)에 따르면 인터넷접속 장비업체인 디지텔은 보이스텔레커뮤니케이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일 결의했던 루미텔 흡수 합병을 백지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피흡수 합병기업인 루미텔이 현재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돼 있지 않아 이달부터 시행된 증권거래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돼 합병결의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새 증권거래법이 적용되기는 디지텔과 루미텔의 합병이 처음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증권거래법은 코스닥 기업에도 상장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합병기준을 적용,합병 또는 피합병기업이 비상장·비등록회사인 경우 합병승인주총 2개월전에 장외기업에 대한 유가증권신고서를 금감위에 제출한 뒤 등록시켜야 한다.

합병되는 장외업체의 객관적인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공시하고 근거없는 가치산정을 통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자는 게 취지다.

합병철회에 대해 디지텔 관리팀의 이승현 과장은 "법률자문회사와 회계법인 등을 통해 개정된 증권거래법의 저촉 여부를 사전에 충분히 타진했다"며 "고의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장은 또 "형식적인 절차로 2개월 정도 일정이 순연될 예정이지만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합병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텔은 이번 합병철회로 코스닥증권시장으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면서 이날 하룻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