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달 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토록 했으나 기업들이 펀드 활용을 꺼려 당초 기대와 달리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운용을 시작한 1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의 지원대상 기업을 한 곳도 찾지 못했다.

산은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설비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인지 예상보다 설비투자 자금 수요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업종에 따라서는 설비투자를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은의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설비투자펀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부장은 "기업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것은 시설자금이 아니라 운전자금"이라면서 "설비자금 마련용으로 발행되는 회사채만 인수하는 설비투자펀드는 대부분의 기업들에겐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BBB+이상이며 채권시장에서 정상적(공모)으로 회사채를 발행할수 있는 기업으로 인수대상을 제한하는 설비투자펀드의 운용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권사 채권인수팀 관계자들은 "BBB+급 이상인 중견기업은 웬만하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굳이 산업은행을 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산업은행을 통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부실기업이란 이미지를 불러올 수 있어 기업들이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설비투자펀드는 몇몇 대기업의 설비자금을 장기(최장 7년)로 지원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