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정부가 9일 강경대응으로 방침을 급선회했다.

정부의 무기력한 대처를 강하게 질타하는 여론에 밀려 주일 대사 소환과 국제적 공론화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주일대사의 소환에 대해 "실익이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으나 급속도로 악화되는 여론 앞에서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경제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를 미온적으로 처리할 경우 민심이 이반될 것이란 여권 고위층의 판단도 다분히 작용한 결과다.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주일대사 소환,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일본문화 추가개방 백지화 등 강경대책을 주문하며 정부를 몰아붙인 것도 이런 결정에 한몫을 했다.

국제사회를 통한 대일본 압박작전도 본격화 됐다.

정부는 10일 새벽(한국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일본측의 역사왜곡 사실을 폭로하고 강한 유감과 재수정을 촉구했다.

나아가 일본의 식민지배 시절 가혹행위, 강제징용 및 한국인 노동자 강제노동 동원행위에 대한 일본의 왜곡문제도 각종 외교경로를 통해 국제문제화하기로 했다.

또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서울을 방문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양국간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베트남등 아시아 우방국가는 물론 일본측의 역사왜곡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유럽과 연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대응이 일본측의 교과서 수정을 이끌어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본은 모리 총리가 조만간 물러나고 새로 들어설 지도부도 ''관리내각''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최 대사가 3∼4일 정도면 일본으로 귀임할 것"이라며 강경대응의 지속여부에 여지를 남겼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